신한銀, 신상훈 지주사장 배임 혐의 고소

입력 2010-09-03 00:45

신한은행이 2일 직전 은행장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은행이 전 은행장이자 금융지주사의 고위 경영진을 고소한 것은 금융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 사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2008년부터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레저업체 K사 등에 수차례에 걸쳐 950억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출액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했고 은행은 전체 대출액의 76.8%에 달하는 720억여원을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으로 적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신 사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만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또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료를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 사장이 이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15억원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하고 신 사장의 혐의에 개입한 직원 등 6명도 함께 고소했다.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신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간의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 사장이 정치권에 라 회장의 차명계좌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안을 흘렸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혔다는 이야기가 최근 수개월째 흘러나오는 등 신한지주의 조직 위계 및 경영안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본보 전화통화에서 “CEO(최고 경영자)가 고작 15억원을 횡령할 이유도 없고, 설사 K사에 대한 부실대출이 있었다고 해도 CEO가 고소될 만큼 비중이 큰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라 회장 차명계좌 유포설에 대해서도 “라 회장께서 비록 4연임을 하셨지만 임기 전 그만두시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히시는 등 사실상 가만히만 있어도 후계자가 되는데 그런 일을 했겠느냐”며 “저는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지주 내·외부에서 (차기 회장직에) 욕심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여운을 남겼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