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 태풍 ‘곤파스’] 무너지고… 쓰러지고… 떨어지고… 5명 사망

입력 2010-09-03 00:53

태풍 곤파스가 쓸고 간 2일 한반도 곳곳은 만신창이로 변했다.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과 기왓장이 날아가 사람과 차량을 덮쳤다. 최소 5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학교는 등교시간을 늦췄고 유치원은 문을 닫았다. 배 수십 척이 바다에서 전복됐고 항공기는 무더기 결항했다.

릐곳곳에서 건물 파손, 부상자 속출=오전 5시50분쯤 서울 목동아파트 8단지 인근에서 10여m 높이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돌풍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동관 민원실은 가로 30m, 세로 5m 크기의 유리벽이 부서졌다. 인천 문학경기장을 덮고 있던 지붕막 24개 가운데 7개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진입로는 자전거 10여대가 쓰러져 낙엽처럼 뒹굴었다. 수령이 750년가량인 천연기념물 154호 창덕궁 향나무의 주가지도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경희대의료원 등 주요 병원 응급실마다 10여명씩 부상자가 몰렸다. 집에서 자다 깨진 창문 유리 파편이 다리에 박힌 사람, 바람에 날린 나뭇가지에 눈을 찔리거나 건물에서 떨어진 간판에 다리를 찍힌 사람 등 부상 유형도 다양했다. 강풍에 넘어져 다친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경기 안산시 선부동에서 박모(59)씨는 길이 52m, 높이 1.2m 크기의 도로변 가드레일이 등을 덮쳐 사망했다. 성남시 구미동에서는 주민 현모(37)씨가 부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시흥시 장곡동 윤모(75)는 집 앞에 있다가 옆 건물에서 날아온 조립식 패널에 머리를 맞아 변을 당했다.

충남 서산에서는 양모(80)씨가 인근에서 날아온 기왓장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전남 목포에서 김모(76)씨는 전기가 끊긴 집에서 전기배선을 수리하려고 변압기를 만지다 감전사했다.

릐출근길 대란, 정전 잇따라=오전 6시50분쯤 서울 당산대교에서는 가로등이 2~3차로를 가로질러 넘어져 1시간가량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내부순환로 성산램프 입구는 부러진 가로수가 4차로를 가로막았다. 올림픽대교 남단 사거리 잠실∼강동구청 구간에서는 신호등이 부러졌다.

오전 9시까지 김포공항에서 이착륙 예정이던 국내선 항공기 56편은 모두 결항했다. 오전 6시30분까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여객·화물기 10여편은 제주나 일본으로 회항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태풍으로 서울 40만9696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168만1227가구가 정전된 것으로 집계했다. 사상 최대 규모 정전이다. 전봇대 2256기가 쓰러지고 변압기 721대가 파손됐다.

오전 6시2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가 당산철교 위에서 30여분간 멈춰 섰고, 지하철 1·4호선 일부 구간도 한때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경부선 7곳과 안산선·경인선·중앙선·경원선·공항철도 각 1곳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선박은 부산 인천 목포 등 46개 항로 70척이 통제됐다.

충남 태안과 인천, 전남 여수·목포에서 선박 185척이 전복되거나 물에 잠겼다. 전남 고흥군 국도 15호선에서 토사 4㎥가 흘러내려 교통이 일시 통제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에서 과수농가 2399㏊, 벼농가 4315㏊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비닐하우스는 6233동, 축사는 162동이 파손됐다.

교육당국은 수도권 초·중·고등학교 등교시간을 늦추고 서울 시내 모든 유치원을 휴업하도록 조치했다.

강창욱 기자, 전국종합=김칠호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