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중 정상회담 막후役 왕자루이 방한 추진… 한반도 긴장해소 ‘물꼬’ 틀까

입력 2010-09-02 21:35

정부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한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 한·중 간에 진전된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의 정의화 국회 부의장 측 관계자는 2일 “왕 부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정 부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의장은 지난달 11일 왕 부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이틀 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로 정 부의장을 찾아가 왕 부장 초청 의사를 전달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 부의장은 여야 대표단 8명을 이끌고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 부장을 비롯한 공산당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이었다. 정 부의장 측 관계자는 “유 장관은 대(對) 중국 관계에서 창구가 다양화되는 것이 여러 모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왕 부장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왕 부장의 발언과 달리 그의 방한을 계속 미루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외교채널을 통해 왕 부장에게 ‘상시초청(standing invitation)’ 형식으로 공식 초청의사를 전달해 놓은 상태다. 외교부는 이후 외교 경로를 통해 방한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제 방한할 때가 됐다”면서도 “중국 측이 아직 공식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월 북한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고,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그는 김 위원장의 방중기간 내내 근접 수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왕 부장은 외부 세계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그의 방한에 신중한 이유는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심중을 꿰뚫고 있는 인사를 한국에 보낼 경우 자칫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강하게 원하는 만큼 한국을 설득하기 위해 왕 부장을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왕 부장은 2007년 11월 공식 방한해 우리 정부와 국회 고위 인사를 면담한 적이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