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높이·각 보면 확실”… 남권희 교수, 最古추정 활자 공개

입력 2010-09-02 21:37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를 발굴한 남권희 경북대 교수(문헌정보학)가 2일 서울 인사동 고미술 화랑인 다보성에서 실물을 공개했다.

남 교수는 “다보성 소장 고활자 100여점 가운데 금속활자 12자는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한 증도가의 글자 모양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늦게 잡아도 13세기 초에 나온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 활자가 아니라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나도 가짜라고 생각했으나 활자의 높이와 각을 보면 위작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학계에서 먼저 검증하고 발표하는 게 순서지만 지난 5년간 혼자 연구해온 증도가자를 학계가 같이 연구하자는 뜻에서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금속활자 중 일부에 대해 비파괴 성분 분석이 실시됐다. 보존과학자인 이오희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는 “구리, 주석, 납이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볼 수 있지만 기존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국립중앙박물관과 북한 개성역사박물관 소장품 각 1점뿐이어서 비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도가자가 직지보다 앞선 것으로 확인되면 국사 교과서는 물론이고 세계 출판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학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또 다보성이 10년 전 일본인으로부터 이 활자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라진 지 800년 만에 실물이 나타나게 된 경위를 밝히는 것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