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직접 회담 앞둔 이-팔 정상에 우회 압박

입력 2010-09-02 18:50

“지금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영구적 평화를 위한 기회를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 등에게 전한 당부성 발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측 지도자들을 ‘평화의 동반자’라고 칭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극단주의자와 협상 거부파는 평화가 아닌 파괴를 추구하는 자”라는 우회성 경고도 함께했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데 대해 직접대화 상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1년 일정으로 2일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간 직접협상이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는 26일로 다가온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동결 연장 여부가 1차 관문이다. 이스라엘은 동결 연장 불가를, 팔레스타인은 정착촌 건설이 재개될 경우 평화협상 파기를 공언한 상태여서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향후 건국될 팔레스타인 국가의 국경선 획정 문제도 난제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전쟁 이전의 국경선 밖으로 이스라엘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지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의 귀속 여부도 관심사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장래 독립 국가의 수도로 삼을 계획이지만 이스라엘은 내줄 수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중동 현지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 지역 코카브 하 샤하르 정착촌 인근에선 무장괴한들이 이스라엘 주민 부부가 몰던 승용차에 총격을 가해 다치게 했다. 지난달 31일 서안 지역 헤브론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 조직원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주민 4명이 숨진 지 하루 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하마스 조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검거작전을 벌여 300여명을 붙잡았다고 일간지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