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당 정권 탄생 1년 ‘명암’… “새 일본”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정치자금·후텐마’에 발목 잡혀
입력 2010-09-02 18:49
일본 집권 민주당이 지난해 8·3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정권교체를 한 지 1년이 지났다.
무려 54년간 장기 집권했던 자민당 지배를 종식시킨 민주당에 보냈던 1년 전 국민들의 지지는 뜨거웠다. 지난해 9월 16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총리를 필두로 한 새 정부는 ‘새로운 일본’을 기치로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새 정권은 전형적인 관료주도 체제 타파와 낙하산 인사 근절, 예산 절감 등 파격적인 대내정책들을 선보였다. 대외정책도 자민당 시절과는 전혀 달랐다. ‘할 말은 하는 일본’으로서 대등한 일·미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한국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뒷심 부족이 문제=화려한 말의 성찬과는 달리 실행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요 사안마다 당정 간 불협화음 등으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악재들이 돌출됐다. 민주당 최고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하토야마-오자와 투톱 라인은 8개월 만에 동반 사퇴했다.
지난 1년간 국민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건 예산 절감이다. 민주당 정부는 공개적인 예산 검증을 통해 과거 ‘무소불위식 행정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낭비 요소’들 제거에 주력했다. 모든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관료정치의 상징이었던 사무차관회의를 123년 만에 폐지한 것도 성과로 꼽혔다. 퇴직을 앞둔 현직 공무원들의 ‘공기업 임직원 자리 나눠먹기’를 가능케 했던 낙하산 인사가 거의 근절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사회복지 정책이 한계를 보인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녀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농가호별 소득보장제 등은 결국 예산 부족으로 절반의 성공, 혹은 대폭 후퇴하는 선에 머물렀다. 10년이 넘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경제를 호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가장 큰 흠으로 지적된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도쿄 증시가 급락하고 엔고(高) 추세도 멈출 기색이 없다”며 “정부가 내놓은 추가 경제·금융대책의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기대는 있다=신생 정권의 1년에 대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우왕좌왕의 연속’이라는 혹평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은 모양새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잘된 일’이라는 답변이 62%에 달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민주당 하기 나름’인 셈이다.
앞으로도 정치자금 문제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오는 14일 당 대표 경선을 치른다. 누가 대표로 뽑히느냐에 따라 민주당은 또 한 차례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