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편지쓰기 대상 임영자씨, 소아마비 46세 딸이 치매 어머니에게 쓴 감사의 편지

입력 2010-09-02 19:30


“비록 눈으로 읽지 못해도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태어나면서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못 쓰는 임영자(46·사진)씨가 치매와 중풍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70대 어머니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글도 모르시는 당신에게 40년 만에 처음으로 글을 드립니다. 이 딸이 한평생 걸을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서럽고 서럽습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엔 걸을 수 없는 딸을 위해 매일같이 산에 올라 개나리와 진달래를 꺾어 집안에 꽂아주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담겼다. 이 편지는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11회 전국편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임씨는 편지에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도 하나님이 주신 가장 축복의 선물이 생명이라 믿어 삶이 힘겹지 않았습니다”라면서 “하지만 치매에 걸린 후 밤낮 가리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밖에 모시고 갈 수 없어 장애가 너무 서럽고 원망스럽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제 자신조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의 장애인인 처지에 치매와 중풍까지 앓으시는 당신을 간병하기가 너무도 힘에 겨워 문득문득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밀려올 때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개월에 한 번쯤 가족을 알아보시면 이 세상에서 천금만금을 얻은 것보다 더욱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그 모습 그대로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니까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편지는 “당신 딸임을 영원히 감사드립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