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경부고속도로 제한속도 조정

입력 2010-09-02 17:54

요 며칠 사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사람들은 적지 않게 놀랐을 듯하다. 최고속도 제한 표시가 100㎞에서 110㎞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969년 개통 이후 줄곧 100㎞였는데 40여년 만에 110㎞가 됐으니 눈을 비비고 다시 볼 만하다.

9월부터 110㎞로 제한속도를 높여 시범운영하는 구간은 양재IC에서 천안IC까지다. 경찰청은 6개월간 운영 결과를 보고 다른 곳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여론은 상당히 우호적인 것 같다. 어떤 이는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더라고 했다. 하긴 운전자라면 대부분 경부고속도로의 100㎞ 속도제한에 불만을 갖지 않았을까 싶다. 준공 당시와 비교하면 차선도 넓어졌고 자동차 성능도 좋아졌는데 100㎞를 고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혹자는 정부가 과속단속 벌금으로 국고를 채우려는 게 아니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선진국들의 고속도로 제한속도는 우리보다 높은 편이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75마일(120㎞)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은 130㎞,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120㎞, 스웨덴과 덴마크는 110㎞라고 한다. 반면 산악지역이 많은 일본은 100㎞를 고수하고 있다.

제한속도를 높이는 데는 찬반양론이 있다. 반대 측은 사고위험 증대와 대기오염 증가를 이유로 든다. 110㎞로 올리면 운전자들은 약 10㎞의 ‘톨레랑스’(관용을 뜻하는 프랑스어,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 초과속도)를 감안해 120㎞까지 달리고, 계기판과 실제속도의 편차까지 생각하면 130㎞ 이상 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 측은 제한속도를 높인다고 사고가 늘어난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차량들 속도편차가 줄어 안정성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대기오염과 관련해 제시하는 수치도 판이하게 다르다.

제한속도를 올리든 안 올리든 우리 운전자들은 이미 상향된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100㎞를 지켰다가는 끊임없이 추월당하기 십상이다. 추월하는 사람들은 모두 규정 위반자이니 대한민국 운전자들은 대부분 범법자인 셈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국민이 수긍하지 않는 법은 범법자만 양산할 뿐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사고율일 것이다. 시범운영을 통해 그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찬성론자 주장대로 별 연관성이 없다면 더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아니면 지금처럼 고속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만들지 말든지.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