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은 태풍에 휘청한 수도권 교통망

입력 2010-09-03 01:04

작은 태풍 하나에 혼쭐이 났다. 2일 오전 6시35분쯤 강화도에 상륙해 4시간 만에 동해로 빠져나간 제7호 태풍 곤파스는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 초속 24m, 강풍 반경 150㎞의 소형급 태풍이었다. 그러나 피해는 대형이었다. 단전으로 지하철이 멈춰 서고 도로 신호등이 오작동해 시민들이 출근 대란에 시달렸다. 항공기 128편이 결항했고 KTX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국 168만1227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곤파스가 남긴 교훈은 수도권 교통 인프라가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전기가 한번 끊기니 수도권 전체가 동맥경화를 앓았다. 강풍에 날아온 비닐이 전선에 달라붙는 이유로 전철 운행이 몇 시간이나 중단되고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전의 대응도 안이하다. 한전은 전력 시설이 파손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오전 6시에야 적색비상을 발령했다고 한다. 한전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속하지 않고 자체 상황실을 운영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예보능력의 한계는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이 정오쯤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른 새벽부터 불어닥치는 비바람에 놀라 긴장의 시간을 보냈다. 기상청이 중부지역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를 태풍 상륙 시점보다 불과 30여분 빠른 오전 6시에 태풍경보로 바꾼 것도 지적돼야 한다. 각종 재난대책이 기상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어 예보가 실패하면 재난시스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서울이 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일깨워 주었다. 2000년 쁘라삐룬 이후 10년 만에 태풍이 서울 지역을 강타함으로써 느슨하게 운용되던 재난시스템을 점검할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다. 9∼10월에도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이 있다.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위력이 강해 철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 등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 10개 중 6개가 9월 전후로 한반도에 상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