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그게 진짜 인생”… ‘서태석의 진짜 인생’

입력 2010-09-02 17:41


서태석의 진짜 인생/서태석/스마트 비즈니스

“하도 가짜가 판을 쳐싸요. 모두 다 가짜예요. 졸업 증명서, 박사학위, 학위 증명서가 가짜지요. 농수산물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1일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위폐감별 전문가 서태석(67)씨의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쳤다. 40년 동안 가짜와 진짜를 구분해 와서일까. 그는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진짜 인생’을 살라고 말했다.

이날 출간된 ‘서태석의 진짜 인생’은 중학교 졸업한 학력으로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해 세계 최고의 위폐감별 전문가가 된 저자의 성공담이다. 위기의 순간마다 멋지게 문제를 해결해온 에피소드와 그 바탕에 깔린 저자의 철학이 잘 녹아있다. 때문에 이 책은 무용담이면서 처세나 직장 생활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군에서 맡은 경리일을 계기로 화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카투사에서 미군 장교가 위폐를 감별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운 후 은행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 1969년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에 대졸 직원의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임시직으로 입사한 저자는 직장 동료들의 무시에도 아랑곳 않고 일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화폐 연구에 몰두했다. 지폐를 환등기에 일일이 비춰보며 미세한 무늬와 오묘한 퍼즐을 공부했다.

갈고 닦은 실력은 1981년 가짜 미화 200만 달러를 발견함으로써 빛을 발한다. 그 공로로 외환은행의 정식 직원이 된다. 이 뿐만 아니라 1999년에는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되기도 하고, ‘미국 FBI 및 USSS(미 국토방위청 산하 비밀수사국) 위조지폐 정보교환 요원’으로도 위촉되며 위폐 감별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자기 전문 분야 한가지만 살려도 얼마든지 취업 문이 열릴 수 있어요. 명문대 졸업증이 있어야 하나요? 해외 유학 가서 박사를 따야만 하나요? 자기 분야의 특기를 살리고 한 우물을 파다보면 분명 잘하게 됩니다. 청년 실업난이 심각하지만 젊은이들이 용기를 잃어서는 안돼요.”

저자는 지난 8월 31일로 41년 8개월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정년을 채우고도 9년 더 연장해서 일을 했다. 그는 “3개월 정도는 더 쉬고, 앞으로 후배 양성을 위해 강연이나 연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0여년 열과 성을 다해 일했고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계획 중인 그에게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냐고 물었다.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내 일이라고 생각하다보니 자연히 열심히 하게 됩디다. 대충하다가 때려치면 습관이 돼 성장하지 않아요. 후배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들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산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지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