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이 꿈이었던 ‘리버’ 인간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다

입력 2010-09-02 17:33


‘리버’ 신경호/창해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 리버는 준이네 집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준이네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리버는 버려진다. 유기견이란 이름표를 갖게 된 리버는 애완견 센터 근처 공원에서 살게 된다. 그곳에서 홍득팔이라는 몸집이 크고 성격이 화통한 경찰을 만난다. 리버를 보살펴주던 홍득팔은 동내 불량배를 추격하다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는다. 절망에 빠진 득팔의 곁을 지키는 건 리버였다.

리버는 어릴 때부터 꿈이 있었다. 바로 안내견이 돼서 사람을 돕는 것. 어렸을 때 본 안내견 소망이는 리버의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안내견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훈련을 받아 육성되기 때문이다. 준이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가지고 있던 리버는 이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리버’는 인간이 아닌 개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화자도 사람이 아니라 개다. 이런 설정은 시각장애인인 작가의 절절한 경험과 무한한 상상력의 결과다. 신경호 작가는 MBC 휴먼다큐 ‘사랑’에 소개된 적이 있다. 망막색소변성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그가 역시 시각장애인인 아내와 함께 딸 신비를 키우는 모습이 방영돼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는 딸 신비를 키우면서 동화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그는 “내가 만난 안내견은 도무지 개답지 않았다. 참아내고 인내하는 모습이 마치 묵묵히 고행하는 성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안내견을 보면서 가슴이 아렸고 개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책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절실한 것이 소통임을 강조한다. 소통은 상대방에 대해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며, 리버처럼 따뜻하고 충직한 마음을 가진 동물과도 끈끈하게 맺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버’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지만 소통의 소중함을 되짚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다.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한국점자도서관과 함께 전자점자, 점자책, 오디오북 등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