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가족 돌봄’ 자원봉사 김경실 집사·김서연 모녀

입력 2010-09-02 20:33


봉사는 부메랑과 같다. 처음에 봉사를 할 때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행복해진다. 무지개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은 김경실(47·충신교회) 집사는 딸 김서연(용강중1)양과 함께 ‘사별가족 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남편 사별 후 홀로 사는 한모(85) 할머니를 찾아가 플루트와 오카리나 연주로 할머니의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 드린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북아현동에 있는 할머니 댁을 ‘깜짝’ 방문했다. 김 집사는 가끔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정기 방문 외에 예고하지 않고 방문하기도 한다. 할머니에게 두 모녀는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김 집사는 1주일 만에 만나는 할머니의 손을 반갑게 잡고 “할머니, 이제 우시면 안 돼요. 우리 약속했죠. 같이 웃어볼까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심장이 튼튼해지는 웃음 하하하하, 신장이 건강해지는 웃음 호호호, 대장이 좋아지는 허허허허…”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 집사가 할머니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관절염으로 거동이 힘든 상태에서 몇 년 동안 암 투병 중인 남편을 간병하느라 할머니의 심신은 지쳐 있었다. 그 당시 김 집사는 무지개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할아버지를 돌봤다. 두 달 후 할아버지가 소천하셨지만 김 집사는 사별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할머니를 돕고 싶었다.

김 집사는 처음에 할머니를 어떻게 돌봐 드려야 할지 몰라 웰다잉(well-dying) 전문가 교육을 받았다. 배워야 할 것들이 하나둘 늘었다. 발바닥에 자극을 주어 혈액 순환을 돕는 발마사지 교육을 받고 할머니에게 해드렸다. 또 봉사 현장에서 음악치료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카리나 연주도 강습 받아 할머니의 노래에 반주를 해드렸다. “오카리나 연주를 해드리면서 할머니가 노래를 참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그녀는 사별 후 집안에만 계신 할머니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를 노래방에 모시고 가 감수성을 되찾아드리고 싶었다. “할머니가 혼자 걸으실 수 있게 되면 노래방에 모시고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할머니는 한 달 동안 매일 한 시간씩 걷기운동을 해 건강을 회복하셨지요. 그리고 우린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노인들은 자기 존재를 확인해주고 칭찬해줄 때 가장 기뻐한다고 김 집사는 말한다. 그녀는 할머니의 얼굴에 뺨을 부비며 “여사님을 만나서 전 정말 행복해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제가 노인이 되면 노인정에 함께 다녀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들은 내 친딸, 친손녀 같아요. 정말 고맙지요. 내가 힘들어서 한숨조차 쉴 수 없을 때 용기를 주어 다시 살도록 해주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요즘 노인복지관에서 친구들도 사귀며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 집사는 섬유를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대표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디자인실과 나염공장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고, 해외 출장도 수시로 가지만 봉사활동은 쉴 수 없다. “시간이 많아 봉사하는 사람은 없어요. 봉사는 할머니와의 약속이고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지요. 친정 부모님도 한달에 몇 번 뵙지 못하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엔 할머니를 기쁜 마음으로 만나러 가요.”

또 그녀는 외동이 서연이가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한 달에 두 번은 장애인 시설 ‘인천행복이가득한집’에서 함께 봉사하며 아이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또 아내의 봉사활동을 적극 지지해주는 남편과 한 달에 한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부부 행복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그녀는 “봉사는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작은 일이지만 제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줘요. 삶이 행복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니 나 자신을 위한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한편 1987년 설립된 무지개호스피스는 그동안 6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출했다. 현재 450명의 숨은 봉사자들이 병원과 가정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지개호스피는 오는 9일∼11월 18일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43기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한다(02-736-0191).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