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09-01 17:48
(9) 성경을 기록한 언어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하여 서로 간의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이다. 인류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그 초창기에 소리나 표정, 몸짓 등으로 의사를 소통하다가 그것들이 점차 진화하여 오늘날의 언어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은 인류의 첫 조상 때부터 완벽하게 체계화된 언어가 사용되었음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아담은 동물들과 하와의 이름을 직접 지었으며(창 2:19∼32), 하나님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기까지 하였다(3:8∼13). 그들의 후손은 에덴의 동쪽으로 쫓겨난 이후에도 각 지역으로 흩어져 살면서 하나의 공통된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교만과 패역의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11:7). 이때 지구상의 언어들은 노아의 세 아들의 계통을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셈의 후손은 아랍어와 아람어, 히브리어, 수리아어 등을 사용하게 되었고, 함의 후손들은 애굽어를 비롯한 아프리카어, 그리고 야벳의 후손들은 아리안어와 아르메니아어, 헬라어, 라틴어, 대부분의 유럽국가의 언어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성경은 세 가지 언어로 기록되었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와 아람어(스 4:8∼6:18과 7:12∼26, 단 2:4∼7:28, 렘 10:11과 창 31:47)로, 그리고 신약성경은 헬라어(희랍어)로 기록되었다. 아람어는 히브리어의 한 방언으로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사용하였다. 신약성경에서 인용된 아람어는 가나나인(막 3:18), 게바(요 1:42), 보아너게(막 3:17), 달리다굼(막 5:41), 엘리 엘리(엘로이 엘로이) 라마(레마) 사박다니(마 27:46, 막 15:34) 등이 있다.
히브리어는 우리말이나 영어와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데, 몸 안쪽으로 끌어당기면서 힘을 주며 쓰기 때문에 이상적인 서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히브리어는 문장 구조가 간결하고 표현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거나 시를 짓기에 매우 적합한 언어이다. 하나님의 위대성이나 대자연의 질서, 삶의 본질과 내면세계의 갈등, 인간의 최고 행복 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히브리어는 최상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마음을 가다듬고 뜨거운 가슴과 열정으로 읽으려는 자세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편 신약성경이 기록된 헬라어는 문법구조가 체계적이고 어법이 정확하면서도 관념적이기 때문에 교리나 신학을 논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언어이다. 특히 알렉산더 대왕의 명령으로 여러 헬라 지역들의 방언들을 수집하여 그 장점을 살려 통합시킨 코이네 헬라어는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음이 급속도로 전파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때로 성경 해석상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헬라어 원문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은 그 언어가 지니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강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성경에 사용되었던 히브리어와 헬라어는 지금 사어(死語)가 되고 말았지만 현재 이스라엘과 그리스에서는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사실상 번역된 성경과 원문 성경의 차이는 번역본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는 것에 비할 수 있다. 무릇 성경을 올바르게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면 반드시 성경 원어를 알아야만 한다. 이제 서둘러 책을 구입하여 알파벳부터 시작해보자!
고영민 총장 <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