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허권 사용료, 상반기 사상 첫 40억 달러 넘어…‘새는 돈’ 눈덩이

입력 2010-09-02 00:42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인 램버스에 2015년 1월까지 5년간 총 7억 달러(약 8000억원)의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거액을 지불키로 하고 나서야 D램 관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진 5년여의 양사 간 특허 분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원천기술 부족으로 해외로 새는 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로열티) 지급액은 사상 처음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말에는 특허기술을 쓰는 대가로 해외로 나가는 금액이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로열티수지(지급액-수입액)도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나타냈다.

1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 업체의 특허권 등을 사용한 데 따른 로열티 지급액은 40억4700만 달러(약 4조6500억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억 달러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이며 2006년 연간 46억 달러와 맞먹는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가 나온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허 사용료 지급액이 급증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기술을 많이 쓰는 반도체(전년 동기 대비 95.6% 증가)와 디스플레이 패널(47.7%) 등 첨단 제품의 상반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은 국제수지팀 노충식 차장은 “주로 완제품을 외국에 파는 교역구조 때문에 수출이 잘 될수록 거기에 따른 원천기술 로열티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로열티 누수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수출은 431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로열티 지급액이 올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특허권 등 수입액도 최근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 덕분에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로열티 수입액은 15억4700만 달러로 2007년 8억7400만 달러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급액이 워낙 크다 보니 올 1∼7월 특허권 수지는 사상 최대인 28억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제품 판매로 번 돈이 상당 부분 기술 사용료로 나가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의 경기 양극화도 상당 부분 원천기술 부족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며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의 기초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