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신문 “매춘부 브루니 죽어야” 佛 “모욕 못참아”
입력 2010-09-01 18:39
이란의 한 신문이 프랑스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면서 이란과 프랑스 간 외교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란 보수 강경 일간신문인 카이한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부르니 여사를 ‘매춘부’로 묘사한 데 이어 사흘 뒤엔 ‘죽어야 한다’고 표현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이한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편집장을 임명하는 신문이다.
베르나르 발레로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브루니를 포함해 프랑스 일부 인사에 대해 이란의 일간지 카이한이 시작하고 이란 뉴스 웹사이트가 되풀이한 모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이란 당국에 알린다”고 밝혔다.
카이한의 브루니 비난은 지난 28일부터 시작됐다. 신문은 브루니가 “남의 가족을 망가뜨린 매춘부”라고 표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인과 이혼하고 이듬해 브루니와 결혼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31일엔 비난 수위가 더 높아졌다. 카이한은 “브루니의 전력을 보면 왜 간통과 남편살해 공모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이란 여성을 지지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그녀는 죽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브루니는 결혼 전 가수 믹 재거, 에릭 클랩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과 염문을 뿌렸었다.
이번 문제는 브루니 여사가 투석형에 처해질 이란 여성 구명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브루니는 최근 인권단체 회원들과 함께 간통 혐의를 받고 있는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의 투석형을 비난하면서 사형선고 철회를 촉구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아시티아니는 간통과 남편 살해 공모 혐의로 이란 법원에 기소된 뒤 간통 혐의만 인정돼 지난 7월 10일 투석형으로 사형시키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교수형으로 바뀌었다.
이란 정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외교부 대변인 라민 메만파라스트는 “다른 나라의 정부 관계자들을 모욕하거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란 정부가 승인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시티아니의 아들 사자드는 “국제사회의 압력 덕에 그들은 형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어머니를 매일 죽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호소했다. 아시티아니가 수감된 타브리즈 교도소는 지난 28일, 다음날 새벽 교수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집행하지 않았다. 또 거짓말을 해 가족의 면회와 변호사 접견을 막았다는 것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