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효과 확실한데 까딱하면 불만창구 전락… 금융권 twitter ‘고민’
입력 2010-09-01 21:14
은행, 카드회사, 증권회사 등 금융권이 ‘트위터(Twitter) 딜레마’에 빠졌다.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인정하면서도 선뜻 도입하는 데는 망설이고 있다. ‘빛과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객이 급증하는 미디어 환경도 한몫 한다. 고객과의 1대 1 소통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소통이란 명분 아래 순식간에 ‘불만창구’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 걷잡을 수 없어 되레 기업 이미지를 망칠 수도 있다.
◇트위터는 노다지=시황 등 실시간 정보 전달이 용이한 증권사들은 올 초부터 트위터 계정을 연 곳이 많다. 그중 하나대투증권은 트위터 ‘예찬론자’에 가깝다.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석 달 만에 트위터 팔로어(Follower·구독자)가 2만여명을 넘어섰다.
하나대투 e-비즈니스부 박인규 부장은 “사원 수십명이 석 달간 트위터에 각종 홍보자료를 올리고 활동한 덕에 회사 공식 트위터와 사원 개인 트위터까지 합치면 팔로어가 51만명에 육박한다”며 “이들이 곧 잠재고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팔로어의 리트윗(퍼나르기)까지 감안하면 광고 효과는 엄청나게 커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애플(응용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등 트위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는 특히 금융권 후발업체에 요긴한 마케팅 수단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트위터를 도입한 IBK기업은행 멀티채널부 양성수 과장은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들은 트위터를 일찌감치 도입했다”며 “기업은행은 기존의 딱딱한 느낌에서 친근한 은행으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위터를 통해 금융상품을 홍보할 수 있어 수익 창출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객 불만창구=반면 트위터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곳도 상당수다. 신한카드는 트위터 도입을 두 달째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카드사 특성상 고객의 일상생활과 밀접하다 보니 현재 콜센터 외에 고객 불만창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도입 시 트위터 담당을 어디서 맡을 지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순수한 홍보 수단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민원의 장이 됐다는 등 ‘흉흉한’ 말들이 업계에 파다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위터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고객의 사소한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카드 홍보책자를 보내주지 않으면 정문 로비에 드러눕겠다’는 등 고객 민원은 A부터 Z까지 다양하다”며 “고유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하고, 트위터 특성상 실시간 답변을 못하면 효과가 반감돼 전담 직원을 늘려야 하는 등 고충도 있다”고 토로했다.
동부증권 트위터 담당자는 “갈수록 고객의 기대치가 높아져 직접적인 종목 추천을 원할 때가 많다”면서 “전문지식을 어느 정도까지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