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조선통신사 기념대국

입력 2010-09-01 17:37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 후기에 에도막부의 요청으로 12회에 걸쳐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했던 조선통신사를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조선통신사의 통신(通信)은 신의를 교환한다는 의미로, 평화와 선린우호를 위한 국가사절단으로 조선의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파하였다. 일본 막부(幕府)와 각 번(藩)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선통신사를 극진하게 맞아 한·일 교류에 큰 역할을 했었다.

‘조선통신사향응치오삼도회권(朝鮮通信士饗應七五三圖繪卷)’ 제작 200주년인 올해 10월. 일본 히로시마현 토모노우라와 시가현 히코네, 도쿄 신주쿠, 가나가와현 히라츠가 등에서 한·일 반상대결이 펼쳐진다.

한국대표로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민진 5단이 나선다. 일본대표로는 다케미야 마사키 9단, 야마시로 히로시 9단, 야마다 기미오 9단, 만나미 나오 2단이 참가한다.

10월 2일과 3일은 유창혁 9단과 야마다 기미오 9단, 이민진 5단과 만나미 나오 2단의 기념대국이 펼쳐진다. 5일과 6일에는 히코네로 자리를 옮겨 유창혁 9단이 일본 아마정상급 기사, 야마시로 히로시 9단과 대국을 한다.

10월 8일에는 많은 바둑 팬들이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조훈현 9단과 다케미야 마시키 9단의 기념대국이 이어진다. 다음날에는 조훈현 9단과 일본기사들의 다면기가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한국바둑의 대부로 불리는 고 조남철 9단의 스승인 고 기타니 미노루 9단의 아들 키타니 마시미치가 주관했다. 현재 NPO 법인생활과 내진(耐震)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기타니는 조선통신사 접대 매뉴얼인 ‘조선통신사향응칠오삼도회권’을 도모노우라 역사민속자료관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이 그림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한·일 양국 공통의 문화인 바둑을 중심으로 조선통신사를 초청하는 문화교류를 통해 양국과 아시아의 국제 친선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최근 한국과 중국은 바둑을 스포츠로 인식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바둑·스모·가부키를 일본의 3대 전통문화로 지켜가고 있다. 바둑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역사와 실력으로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일본은 한국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의 등장과 거센 황사바람에 밀려 지금은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바둑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김효정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