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백두산 화산 폭발?

입력 2010-09-01 17:41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백두산 화산 폭발에 따른 화산재 확산 범위 분석 연구 용역’이라는 긴 제목의 입찰 공고를 냈다. 최근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준비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에 이어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은 189년 만에, 인도네시아 시나붕 화산은 400년 만에 다시 폭발했다. 백두산은 10세기 중반 대폭발 이후 화산 활동이 약화됐지만, 지난 300년간 수차례 분화한 기록이 있다. 휴화산인 백두산도 아이슬란드나 인도네시아 화산처럼 언제 다시 불을 뿜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백두산 일대에서 미세한 지진이 과거보다 10배 이상 잦아지고, 천지 주변 지형이 매년 약 3㎜씩 높아지는 등 심상치 않은 징조가 나타나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상청이 주최한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 세미나에서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2014∼2015년쯤 대폭발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그 위력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0배 내지 1000배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백두산 천지에 고인 20억t의 물이 마그마와 접촉해 수증기로 변하면서 1000배나 부피가 늘어나 폭발력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0.1㎦의 화산재로 유럽 전역에 항공 대란이 일어난 것을 보면 백두산 화산 폭발 위력이 어떨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에 대해 중국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관계 당국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으나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자세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지하의 마그마 활동을 관측하고 폭발 여부와 시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현지 관측 자료도 없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도 무의미하다.

지난달 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산을 가운데 두고 만주 지역의 김일성 유적지를 돌아보는 환상(環狀)의 철도여행을 하면서 중국으로부터 3대 세습에 대한 눈도장을 받았다. 이제 곧 조선노동당대표대회에서 김정은 후계 체제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백두산도 속이 끓을 일이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