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사찰 진상 규명 시급하다
입력 2010-09-01 17:39
한나라당 국회의원 3명이 자신들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을 배후로 지목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의원은 의원 연찬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자신들의 언행을 비판한 청와대까지 공격하고 나섰다. 전후 사정을 정확히 알 길이 없는 국민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정두언 의원은 어제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사찰을 정당화하는 등 국회를 협박하는 발언을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문책할 것”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요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그제 연찬회에서 “이상득 의원이 불법 사찰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고, 남 의원은 “정치인은 물론 최고 권력기관장 등 다양한 인사들에 대해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이든, 청와대나 총리실이든 정치인을 사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쁜 의도가 개입될 경우 사찰 대상자가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찰의 불법성 여부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들(3명 국회의원)이 화랑이나 사업 등에서 부정한 힘을 쓰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는데 사실 여부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3명 모두 정권 초기 여권 실세로 통하던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이들이 정권 초기 이상득 의원과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혹이 따른다. 이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당연히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의원은 정태근 의원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도 입을 다물고 있다. 물론 싸움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겠지만 국민들로서는 진상이 자못 궁금하다.
정치인 사찰의 불법성, 혹은 정당성은 어떤 식으로든 규명돼야 한다. 검찰이 다시 나서는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이 조직을 보강해 사찰 의혹을 재수사하기 바란다. 3명 의원이 자신 있다면 관련자들을 고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법 사찰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다면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