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라크戰 전투임무 종료” 공식 선언
입력 2010-09-02 00:5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라크전 전투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개전 7년5개월여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오후 TV로 생중계된 18분간의 백악관 오벌오피스 연설에서 “미국과 이라크 역사의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책임을 다했다”면서 “오늘 ‘이라크의 자유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은 종료됐고, 미군의 전투임무는 끝났다”고 밝혔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도 국영TV 연설을 통해 “이라크 군과 경찰은 이라크를 방어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는 이제 주권국가이자 독립국가로 거듭났다”고 선언했다.
◇상처뿐인 명분 없는 전쟁=조지 W 부시 정권이 2003년 3월 20일 시작한 미군에 의한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였다. 하지만 WMD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명분 없는 전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국제사회로부터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침략전쟁’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또 독선적이고 오만한 제국주의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반미 감정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명분 없는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공약했었다. 잔여 전투병력 6000명 철수 이후 내년 말 완전 철군 때까지 이라크 군·경의 교육과 훈련을 위해 5만명 수준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한다. 작전명도 ‘이라크의 새 여명’으로 바뀌어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군사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며 “국익과 동맹을 지키기 위한 외교력, 경제력 등 다양한 요소의 힘들을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자, 교훈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4400여명이 사망했고, 3만명이 부상했다. 전비로 무려 7000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라크는 정치적 ‘뜨거운 감자’=오바마 대통령은 “종전은 이라크뿐 아니라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자원을 아프간 전쟁과 경제회복 등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제는 우리나라를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가장 급박한 임무는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일자리가 없는 수백만명의 미국민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핵심 책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정권이 일으킨 전쟁을 끝내고 경제회복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다. 종전 찬성 여론이 높은 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개시=공화당, 종전 및 경제 집중=민주당’이라는 정치적 홍보 효과를 노린 듯하다.
하지만 철군 뒤 오히려 폭력사태가 심화되는 등 이라크 정정(政情)이 불안하게 되면 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난이 불거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네오콘 진영의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이라크를 완전히 방치하는 것은 이라크와 주변 국가,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향후 이라크 상황이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간선거를 앞둔 그에게 이라크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