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교가 가르쳐 주지 못한 배움이 있습니다

입력 2010-09-01 18:10


■ 청소년 섬기는 교회들

교회가 지역사회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치유의 장소가 되고 있다. 복음전파 사역을 넘어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 중요한 목회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신앙교육마저 학교 교육에 빼앗긴 교회들은 그 속에서 신음하는 청소년과 그 가정을 향해 손을 내밀며 참된 구원을 선포하고 있다. 지역사회 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펼치는 교회들을 소개한다.

유미연(15·가명)양은 뇌졸중에 걸린 엄마와 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병이 난 엄마 때문에 중학교에 와서도 왕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명식(14·가명)군 역시 우울증이 심한 엄마로 인해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근처 공원이나 PC방 등을 전전하다 밤늦게 귀가한다.

하늘문선교회 강시란(53·여) 목사의 손에는 두툼한 수첩이 들려 있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주일에 만나고 있는 청소년 50여명에 대한 기록이다. 가족관계나 가정형편, 특기사항, 기도제목 등이 빼곡했다. 모두 한 부모 가정 자녀들이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참좋은교회(윤문선 목사) 협동목사인 강 목사는 지난해 8월 교회당 공간을 빌려 공부방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이면 인근 진성고등학교 학생 10여명이 찾아와 자원봉사로 공부를 가르쳐준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강 목사가 직접 학생들을 찾아간다. 상담과 기도를 통해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을 치유한다. 1년 만에 20명의 학생이 복음을 받아들였고 웃음 없던 학생들이 웃기 시작했다.

“한 부모 가정 청소년들은 엄마나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충격 속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먹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부모가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야 합니다.”

강 목사는 기회가 되면 이들을 위한 무료 기숙학교를 세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24시간 돌보고 싶다. 더 많은 시간을 쏟을수록 그만큼 상처 치유가 빠르기 때문이다.

군포제일교회(권태진 목사)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운영 중인 ㈔성민원에서는 ‘청소년 복지학교’를 열어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 복지 현장을 경험하게 한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복지학교는 방학을 이용해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봉사와 복지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역 내 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갈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26∼28일 실시된 22기 복지학교에는 모두 194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영역별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듣는 것을 비롯해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또 경기경찰청을 방문해 과학수사 실습에 참여했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 국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배웠다.

담당 김희숙 간사는 “학생들이 들어야 할 강의 내용이 많고 일정도 빠듯하지만 대부분 보람을 얻고 있다”며 “매년 참가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데다 졸업 후에도 자원봉사하는 학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여름 학교를 도왔던 자원봉사자 20명 중 3분의 2가 복지학교를 거쳐 간 선배들이었다.

서울 대치동 서향교회는 교회 청소년과 지역 학생들을 위한 ‘100권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담임인 하태규(45) 목사가 1년 전 시작한 독서운동으로 2∼4주에 걸쳐 100권의 책을 읽는다. 100권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분량이다.

지난해 여름엔 11명 중 6명이 100권을 읽었다. 힘들지 않았다. 무조건 읽는 것도 아니었다. 감상문작성을 통해 읽은 내용을 정리했다. 20권은 학생들이 선택했고, 나머지 80권은 하 목사가 소장하고 있는 800권의 책에서 골랐다.

“감상문을 쓰면서 아이들이 기뻐했습니다. 학습이나 숙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마음껏 책을 읽었던 것이죠. 독서 깊이를 더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복음을 접하면서 회심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은 참가 학생이 네 배 이상 늘어 46명이 참가했다. 지난 여름 참가했던 학생들 성적이 크게 오르면서 지원자가 몰렸다. 인근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2주간 25권의 책을 읽었다. 나머지 75권은 연말까지 읽게 된다.

하 목사는 “학생들이 책과의 행복한 교감 속에서 방학을 보냈고 치유도 경험했다”며 “책읽기는 청소년 사역을 위한 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다윗아카데미(MDA)는 5년 전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분포돼 있으며 언론, 정치, 외교, 법조, 의학, 예술 분야에서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교육은 매 주일과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전일제), 방학에 걸쳐 이루어진다. 신앙 교육과 지도자 교육, 지성 교육을 병행한다. 올 여름엔 해외와 국내 성지로 하계연수를 다녀왔다. 특히 한국 교회사에서 중요한 선교·순교자 유적지를 찾아 신앙을 새롭게 하기도 했다.

담당 정준 전도사는 “다윗아카데미는 학생들에게 영적 지적 변화를 일으켰다”며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공동체성을 함양하게 되면서 변화를 경험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