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예산은 눈먼 돈인가

입력 2010-09-01 17:36

서울시 교육위원과 일부 시의원이 지난 4년간 수천억원을 특정 학교에 선심성으로 퍼준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강호봉 전 교육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시교육위와 시의회의 ‘개인증액’ 요청에 따라 이 기간 중 서울시내 1132개 초·중·고 및 특수학교에 3563억원을 증액해 줬다는 것이다,

개인증액이란 교육위원과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이 1인당 연 15억원 내에서 특정 학교 예산을 늘려줄 수 있게 한 관행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교육예산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잘 봐달라며 선심성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운동 차원에서 자신의 지역구 내 학교나 친분 있는 학교에 증액해주고, 그러다보니 교장들은 이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 눈먼 예산을 끌어오는 악습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형평성 문제는 물론이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돈이 가지 않는 등 예산집행의 불균형과 비효율을 가져올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인증액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터무니없는 행태가 이어져 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사립학교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리베이트 수수의혹도 있는 모양인데, 왜 아니 그럴까 싶다.

이런 식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것을 보면 교육예산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빠듯하다면 이처럼 마구잡이로 집행될 수 있겠는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정부 41개 부처가 당초 배정된 사업에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전용한 예산이 8431억원인데, 이중 교육과학기술부 전용액이 15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쓸 곳이 없어 이리저리 돌려쓴다는 얘긴데, 특히 전용액의 절반 이상이 11, 12월에 집중돼 연말이면 각급 학교가 공사장으로 변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게 돈이 남으면 차라리 무상급식에 보조해주는 게 낫겠다.

감사원이 개인증액 행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감사에 그칠 게 아니라 이런 엉터리 관행은 당장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