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유석성 신임 총장의 비전 “知·靈·德 조화된 리더 양성 힘쓸 것”

입력 2010-09-01 17:40


유석성(60) 서울신학대학교 총장이 2일부터 16대 총장 업무를 공식 시작했다. 유 총장은 앞으로 3년 동안 교수 및 직원 120여명, 학생 4000여명의 서울신대를 이끌게 된다. 1911년 경성성서학원으로 시작된 서울신대는 내년 학교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제2 창학’의 각오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총장에 취임한 유 총장은 변화와 개혁을 통해 서울신대를 복음주의 정신에 투철한 일류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일 서울신대 총장실에서 유 총장을 만나 학교 발전 방향 및 신학과 목회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이태형 i미션라이프부 부장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총장 선거에는 여러 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막상 총장에 선출된 뒤에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거룩한 부담감이 들었습니다. 창학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시기에 총장이 됐으니만큼 시대적 소명과 사명감을 갖고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의 정신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신대가 창조적 비전을 갖춘 품격 높은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 내에서 서울신대가 차지했던 위상이랄까요, 역할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서울신대의 모교단인 성결교회는 장로교, 감리교와 함께 국내 3대 기독교단을 형성했습니다. 성결교의 상징화가 백합입니다. ‘가시밭의 백합화’란 말이 있듯, 민족사와 더불어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쳐왔습니다. 일제하인 1943년에는 학교가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순교자들도 나왔습니다. 서울신대는 웨슬리안 전통의 복음주의를 추구하면서 한국교회의 부흥과 복음 및 성령운동에 앞장선 목회자들을 배출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극단을 피하고 중도적 위치에서 건강한 한국교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총장에 취임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주창하셨습니다. 서울신대라는 교명의 변경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는 지성과 영성, 덕성이 조화된 창조적인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서울신대는 신학대학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8개 학과를 갖춘 기독교 대학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일본어과 언론학과 전산정보과 간호학과 등 다양한 학과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명 변경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학대라는 특수성과 일반 기독교 대학이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 나갈 생각입니다. 교육은 결국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적인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매주 한 차례씩 전교생들이 참여하는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과 삶의 기초입니다. 1920년대부터 인문학을 강조함으로써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한 시카고대학이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오는 10일부터 매주 한 차례씩 채플시간에 90분의 인문학 강좌를 하게 됩니다. 이만열 전 역사편찬위원장을 시작으로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영길 한동대 총장,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등 각계를 대표하는 분들이 강사로 참여합니다. 서울신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에 능통한 창조적 지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려 합니다.

-신학자로서 신학은 과연 무엇인지 정의해 주시지요. 신학교를 졸업한 분들 가운데는 신학교육과 목회현장과의 괴리 현상을 지적하는 분이 많습니다.

△신학은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는 종교밖에 없습니다. 종교 가운데서도 죽음 이후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철학이 질문하는 학문이라면 신학은 대답하는 학문입니다. 인생의 문제를 답하는 것이 신학입니다. 신학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랑의 총화입니다. 그 사랑은 정의를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정의에 기반을 둔 사랑이 행해짐으로써 평화가 이뤄집니다. 신학교는 이것을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개인적 성결은 물론 사회적 성결도 이루는 평화의 사람이 되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목회 모드’와 ‘신학 모드’의 괴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괴리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부분은 지키면서 목회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커리큘럼 자체를 변경시킬 계획은 없습니까.

△그동안 교무처장 및 학생처장, 대학원장 등을 지내면서 커리큘럼의 조정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혁신적인 커리큘럼을 만들 생각입니다.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 인적 구조조정을 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나를 총장으로 시켜 준 것은 개혁을 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적응할 수 없습니다.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기존 교직원들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혁신의 바람이 캠퍼스 곳곳에 불도록 할 것입니다.

-총장 선거에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나왔습니다. 후유증을 걱정하며 총장님이 진보적인 신학자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다양한 분을 아울러 하나 된 서울신대호를 이끌 생각이십니까.

△저는 3대 성결교 집안 출신이며 서울신대를 졸업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장도 했습니다. 그만큼 서울신대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제가 공부한 이력을 보면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복음적인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이점은 분명합니다. 우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성결교 4중복음의 전통을 지킬 것입니다. 동시에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시대적 물음을 신학화 하는 작업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저를 반대했던 분들과도 함께 손잡고 나가겠습니다. 서울신대가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헌신할 것입니다.

-장래 퇴임 이후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

△예수님을 사랑했으며 바른 정신과 신학을 갖고 온 몸을 바쳐 학교를 위해 일한 총장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 유석성 총장은

1950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위르겐 몰트만 교수 지도 아래 본회퍼에 관한 논문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음.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와 대학원장, 한국기독교윤리학회장 역임. 한국본회퍼학회장. 저서로는 ‘현대사회의 사회윤리’ ‘본회퍼신학’ ‘사형과 인간의 존엄’ ‘현대사회와 정의’ 등이 있음.

정리=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