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전 찬란하고 융성했던 대제국 백제의 고도 부여·공주
입력 2010-09-01 17:34
‘2010 대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백제가 찬란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궁이 완공되는 18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충남 부여와 공주 등에서는 세계대백제전이 화려한 막을 올린다. 백제 기마군단의 행렬을 시작으로 금강과 백마강에서 수상공연이 펼쳐지는 1400년 전 백제의 왕도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부여
세계대백제전 개막식이 열리는 부여는 백제의 성왕이 서기 538년에 도읍을 사비(부여)로 옮긴 후 123년 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세 번째 도읍지. 백제의 왕궁과 시가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였던 부소산과 궁남지 등에 백제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백마강변에 위치한 부소산(106m)은 백제 왕궁의 정원이자 산성. 송림이 울창한 산책로를 따라 성충·흥수·계백 등 백제의 세 충신을 모신 삼충사, 곡식 창고터인 군창지, 나당연합군이 침입했을 때 백제여인들이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낙화암이 차례로 나온다. ‘큰 나라’라는 뜻을 가진 구드래에서 황포돛배 유람선을 타고 백마강을 거슬러 오르면 고란사를 거쳐 부소산에 오를 수도 있다.
삼천궁녀의 한이 서린 백마강은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의 천정대에서 낙화암, 구드래나루, 규암나루를 거쳐 세도면 반조원리에 이르는 약 16㎞ 구간으로 금강의 다른 이름이다. 삼국사기에는 백강, 일본서기에 백촌강으로 기록된 백마강은 백제의 도읍이 공주에서 부여로 옮겨온 사비시대(538∼660년)에 일본, 신라, 당나라, 서역과 문물교류를 한 길목이다. 백마(白馬)는 ‘큰 나라’라는 뜻으로 백마강은 ‘큰 나라가 있는 강’을 의미한다.
금강이 백마강으로 이름이 바뀌는 천정대는 백마강 서쪽에 위치한 산 정상의 바위. 재상을 선출할 때 후보자 3∼4명의 이름을 써서 상자에 넣어 천정대에 두었다 훗날 상자를 개봉해 그 이름 위에 하늘의 낙점이 찍혀 있는 자로 재상을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천정대 남쪽에 위치한 100만평 규모의 백제역사재현단지는 백제 왕궁인 사비궁, 백제의 대표적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백제 개국 초기의 중성인 위례성, 백제의 대표적 고분들을 보여주는 고분공원, 충남도민이 기증해 조성한 백제의 숲, 국내 최초의 백제사 전문박물관인 백제역사문화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비궁은 삼국시대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궁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능사는 국보 제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 등이 발굴된 백제 사찰 능산리사지를 줄여 부르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로 재현된 5층목탑은 높이가 38m에 이른다.
궁남지도 부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무왕이 634년에 축조한 인공호수 궁남지에는 버드나무와 연꽃을 심어 산책공간으로 꾸몄다. 이밖에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정림사지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드라마 ‘서동요’의 세트장인 서동요 테마파크 등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유적지가 즐비하다(부여군 문화관광과 041-830-2010).
공주
세계대백제전 폐막식이 열리는 공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공주의 옛 이름은 곰(熊)과 나루(津)를 뜻하는 웅진(熊津). 백제 문주왕(475년) 때 서울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한 후 부여로 재천도할 때까지 5대에 걸쳐 64년간 백제의 두 번째 도읍지로 명성을 떨쳤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수문병 근무교대식이 열리는 공산성은 백제의 도읍인 웅진(공주)을 수호하기 위해 금강변에 축조된 석성 1930m와 토성 730m로 이루어진 포곡형 산성. 성문인 금서루에서 산책삼아 성곽을 오르면 아름다운 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온다. 공북루, 연지, 만하루를 거쳐 가파른 성곽에 올라서면 임류각과 광복루가 나오고. 동문루와 진남루를 지나면 백제시대의 왕궁터와 이괄의 난 때 인조가 피난했던 쌍수정을 만난다.
백제 25대 무령왕의 무덤이 발견된 송산리 고분군은 1500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백제 역사의 비밀을 엿보는 공간. 1971년 배수로 공사 중 인부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이 밝혀진 무덤으로 무령왕과 왕비의 합장릉이다. 원형 보존을 위해 왕릉은 영구히 출입이 폐쇄되었으나 발견 당시의 왕릉 내부구조와 출토유물은 송산리고분군 모형관에 그대로 재현됐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은 108종 2906점으로, 이 가운데 금제관장식 등 12종 22점이 국보로 지정됐다. 지석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 등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한 국립공주박물관은 백제 문화를 한눈에 살펴보는 역사교과서다.
석장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박물관으로 뗀석기 등 16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석장리 선사유적은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인간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유적으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한꺼번에 출토됐다.
이밖에도 공주에는 안면도 소나무 등 421종 9만 그루가 식재된 수목원을 비롯해 산림 자원에 관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는 반포면 도남리의 충남산림박물관, 실물 공룡화석과 암석 보석 등을 전시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판소리의 대가인 박동진 명창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박동진판소리전수관 등이 있다.
대백제전에 맞춰 오픈 하는 공주 한옥촌은 온돌난방을 기반으로 한옥의 전통적인 건축형식에 현대적인 생활의 편리함을 가미한 신개념 숙박시설로 단체 숙박동 등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공산성 주차장 앞에 위치한 음식점 고마나루 돌쌈밥(041-857-9999)은 수경 및 유기농으로 재배한 20∼30여 종의 약용초로 쌈을 싸먹는 쌈밥이 맛있다(공주시 관광축제팀 041-840-2544).
부여·공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