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제재, 우리 정부는… 南, 채찍 거두기 아직은
입력 2010-08-31 22:11
정부는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 대상을 발표함에 따라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국면을 이어 나간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열 것을 언급한 것과 관련, “6자회담을 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가동 중인 영변 등 핵시설을 동결한다든지 핵사찰을 수용한다든지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향후 남북이 서로 접점을 찾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제재는 계속 진행되는 ‘투트랙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스탠스를 재확인한 셈이다.
정부는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주요 내용과 예상되는 파장을 분석하며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실질적인 효과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이미 목이 많이 졸려 있는 상태고, 미국이 이번 추가 제재로 조금 더 깊이 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미국·유럽연합(EU) 등이 부과하고 있는 제재가 많아 추가로 제한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중단하는 등 일부 제재를 풀었지만 북한에 큰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다만 “외부 세계에서 보기에는 조금 더 조르는 것일 뿐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실제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고통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번 주 중으로 우리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워싱턴에 보내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발표와 김 위원장 방중 이후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 본부장은 미 국무부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김 6자회담 특사 등을 잇따라 접촉한다.
중국도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방문 중인 우 대표는 이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관계국에 제시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