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페루 FTA 타결] 자동차 수출 ‘고속 질주’븙 싼 농수산물 ‘수입 러시’

입력 2010-08-31 22:13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값싼 페루산 오징어, 아스파라거스, 바나나 등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 품목은 자동차로 페루 수출이 10%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와 무역협회는 31일 한·페루 FTA로 인해 자동차와 자동차 배터리,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한국차 딜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한국산 자동차는 10% 이상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 판매가 늘면서 자동차용 배터리 수출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까지 페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23.6%로 46.0%인 일본차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FTA 발효 즉시 상용차의 관세(9%)가 철폐되고 1500∼3000㏄ 중형차에 대한 관세는 5년 내, 기타 승용차는 10년 내에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일본차와 한 판 승부를 벌일 수 있게 됐다.

페루 자동차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일본도 페루와의 FTA 체결을 추진 중이어서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향후 일정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전자, 섬유 등 다른 업종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교역 규모가 크지 않고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LCD TV 등 고가 제품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장비 부품과 철강판 등 건설관련 품목도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다. 페루의 건설시장은 매년 20% 이상 고성장 추세다.

하지만 일부 농수산 분야는 피해가 우려된다. 10%에서 최대 22%의 관세가 부과된 냉동, 조미 오징어의 관세는 10년 내, 기타 오징어 제품은 7년 내 관세가 사라져 페루산 오징어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아스파라거스와 바나나 등도 3∼5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식탁에서 싼 가격의 페루산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민감 품목인 쌀, 쇠고기, 고추 등 107개 품목은 FTA협정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기타 202개 농수산물도 협정 발효 10년 후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또한 페루에서 수입되는 커피는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하지만 커피 관세는 2%로 크지 않은 데다 국내 커피업체들은 주로 브라질 커피를 사용, 전체 커피 시장에서 페루산의 비중은 높지 않아 시장 영향은 크지 않다.

이밖에 양국은 FTA에 따른 관세 인하나 철폐로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상품의 관세를 ‘현행 실행관세율(MFN)’ 수준으로 인상하는 세이프가드 제도에 합의했다. 또 중립적인 특혜 원산지 규정에 합의했고, 특히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받기 위한 역외가공조항에 합의했다.

양국 정부는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거쳐 오는 11월 쯤 협정문에 가서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협정문의 정식 서명 및 발효 등 후속절차는 내년 초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훈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