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시설지구 등 여의도 면적 3배 공원에서 제외… 쪼그라드는 국립공원
입력 2010-08-31 18:26
환경부가 국립공원 구역을 조정해 밀집마을지구 전체와 탐방객이 많이 찾는 집단시설지구를 대거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문화유산이 많은 집단시설지구 등을 한꺼번에 국립공원에서 제외해 건설업자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에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전국 20개 국립공원 중 1단계로 9곳의 구역을 조정하는 내용의 심의를 마무리했다고 31일 밝혔다. 나머지는 올 연말까지 조정된다. 이에 따라 9개 공원 집단시설지구 20곳 가운데 계룡산 동학사와 갑사지구, 속리산 법주사와 화양동, 내장산 백양사 등 15곳이 해제됐다. 밀집마을지구로는 월악산 송계지구 등 12곳 전체, 자연마을지구는 110곳 가운데 74곳이 제외됐다.
공원구역 조정에 따라 여의도 면적의 세 배인 28.5㎢가 국립공원에서 해제됐고, 월출산 왕인박사 유적지를 포함해 13.6㎢가 새로 편입됐다. 또 국립공원 안에 거주하는 인구의 87%와 가구 수의 85%가 공원구역에서 풀려 공원 내 거주민은 1482명, 693가구로 대폭 줄었다.
환경부는 ‘공원 내 주민의 행위규제 민원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공원관리의 장기적 비전이 결여된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상지대 유기준 교수는 “공원해제대상 구역이 공원기능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난개발에 대한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공원에서 제외한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공원에서 해제된 곳이 음식·숙박 업소가 밀집된 개발지역 및 주변 농경지 등 공원으로 관리할 가치가 없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윤주옥 사무처장은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가치도 소중한 것”이라며 “공원 내 마을을 이주시키고 공원을 복원하는 방안을 포기한다면 국립공원은 구역조정이 이루어지는 10년마다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심형 국립공원인 북한산, 계룡산, 치악산의 경우 공원에서 해제된 곳에 펜션단지, 호텔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수립될 우려가 크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환경관리계획’을 수립해 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교수는 “공원에서 해제되면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북한산 주변 지자체 가운데 고도제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강북구와 도봉구도 규제를 풀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가 국립공원의 이념과 위상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당초 공원 내 용도지구를 재편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포기한 채 밀집마을지구만 없앴다. 유 교수는 “용도지구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보존할 곳을 확실하게 보존하고, 어떤 공원은 이용위주로 간다든지 하는 차별화된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1998년 국립공원 관리를 맡은 이후 2005년부터 본격화된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수 및 이주 실적은 3.5㎢(전체 사유지의 0.03%), 460억원 규모에 그쳤다. 2020년까지 3900억원을 들여 15.6㎢를 매입할 계획이지만 매입과 이주보상 협상이 지지부진해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못 쓰는 실정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