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불씨 살린 트위터의 힘!

입력 2010-08-31 18:46


‘이름 없는 천사’들이 백혈병을 앓는 외국인을 돕기 위해 흔쾌히 소매를 걷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6시21분쯤 ‘전남대병원에 입원한 외국인 환자가 긴급 수혈을 필요로 한다’는 글이 트위터에 처음 올랐다.

유저 ‘artist_yoon’(윤상현씨)이 무한rt(리트윗·퍼나르기)와 함께 사랑의 헌혈을 요청한 대상은 광주지역 외국인 강사 800여명 사이에 ‘큰 형님’으로 불리는 마이클 심닝(Michael Simning·37)씨.

지난해 4월 개국한 광주영어방송(GFN) 시사정보 프로그램 ‘시티 오브 라이트(City of Light)’를 진행해온 그는 캐나다 출신으로, 본국과 미국에서 건너와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20대 젊은 후배들의 고민을 앞장서 덜어주는 해결사로 통했다.

당초 1995년 태국 여행길에 2주 정도 체류할 예정으로 한국 땅에 첫발을 디뎠던 그는 98년 광주 출신의 고영미(36)씨와 결혼한 뒤 아내와 동행한 캐나다 유학을 거쳐 2003년부터 아내의 고향인 광주에서 한국생활을 잇고 있다.

광주 충장로에서 ‘첫 번째 골목길’이라는 작은 정통 양식집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강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그가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 27일.

그는 급성림프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심닝씨의 혈액형은 RH얦B형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온 윤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트위터에 글을 띄웠고 개그우먼 김미화, 아나운서 김주하씨 등 유명인들이 트위터에 동참하면서 심닝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소식을 접한 이들은 트위터에 남겨진 연락처로 앞다퉈 전화를 걸었다.

여수에 사는 ‘Sollip1004’라는 유저는 자신의 혈액형과 일치한다며 30일 “여수에서는 혈소판 헌혈이 안 되기 때문에 광주로 직접 간다”는 글을 남겼다.

현재 7명이 헌혈을 약속해 3명이 피를 뽑았고 많은 이들이 헌혈증을 보내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3∼4일 만에 귀중한 생명의 불씨를 다시 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혈액형이 같더라도 수혈할 경우 거부반응 등 사전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트위터 유저들의 수혈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광주영어방송 김미영 차장은 “RH얦혈액형 동호인 모임 등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외국인을 위해 기꺼이 헌혈증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