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슬림說’에 정색, “이마에 출생 증명서 붙이고 살수도 없고”

입력 2010-08-31 19:10

끊임없이 제기되는 ‘무슬림설’에 지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정색을 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마에 출생증명서를 붙인 채 만날 그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0일 보도했다. 자신이 하와이가 아닌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루머에 대한 반박이다.

감정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역력했지만 “팩트는 팩트다. 우리는 지난 대선 캠페인 기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었다”며 ‘음모’임을 누차 강조했다. “그럼에도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잘못된 정보가 끊임없이 대량 생산되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다”며 인터넷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것에 시달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에 신경을 못 쓸 수 있다”면서 국가 경영 차원에서의 국민적 자제를 호소했다. 무슬림설은 그의 친아버지 가족이 무슬림이었고, 오바마 자신도 소년시절 자카르타의 무슬림 의붓아버지와 함께 보낸 데서 비롯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들은 출생과 관련된 루머에 의도적으로 냉담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하지만 그가 그라운드 제로(9·11테러 발생지) 인근 회교사원 건립을 지지하면서 ‘출생 악몽’이 되살아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4명 중 1명이 그를 무슬림으로 본 것에 화들짝 놀란 것이다. 2009년 3월의 11%보다 크게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누군가는 내가 웃기는 이름을 가져 상원의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상원의원에 당선됐다”며 “이는 미국인들이 난센스를 넘어설 능력이 있는 국민이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