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북-중 득실… 北, 실리 얻고 ‘中예속’ 대가
입력 2010-08-31 18:3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과 중국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권력승계 승인과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고, 중국은 대북 영향력 확대와 함께 6자회담 재개 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도 안게 됐다.
◇북한 득실=김 위원장은 당장 시급한 3남 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한 게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등에서 ‘조·중 친선관계를 후대에까지 이어가 더욱 공고히 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행로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적지 등에 맞춰진 것도 후계구도를 겨냥한 ‘성지순례’ 차원이었다. 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들이 30일 이 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미뤄 이후 후계구도 선전용으로도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또 중국으로부터 유무상 경제지원과 함께 경제협력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천안함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데다 최근 수해까지 겹쳐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할 게 분명하다.
3개월여 만에 두 차례 이어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건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중국과의 절대적인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한 효과도 있다. 반면 경제난 극복은 물론 권력승계까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 사실상 중국에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득실=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게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권력승계를 사실상 승인함으로써 향후 북한 권력층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도 견고한 북·중 동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적극 추진 중인 회담 재개의 동력 확보도 성과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겨냥한 선점효과와 나진항을 통한 동해 출항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추진해온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 간 ‘창지투 선도구’ 개발계획은 나진항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31일 사평을 통해 “김 위원장은 개혁개방이 중국에 준 거대한 변화를 보고 감명받았다”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두 차례나 김 위원장을 불러들여 환대하고, 우호를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실리를 취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