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도진기씨 판사가 추리소설 펴냈다
입력 2010-08-31 19:23
현직 판사가 추리소설 작가가 됐다.
서울고등법원 도진기(43) 판사는 최근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 ‘어둠의 변호사’(들녘 펴냄)의 1∼2권 ‘붉은집 살인사건’과 ‘라트라비아타의 초상’을 동시에 출간했다. 도 판사는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 판사가 됐으며 현재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파견 근무 중이다.
그는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은 단편 ‘선택’을 한 계간지 여름호에 실으며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는데 최근 6개월간 일본 추리소설을 100권 이상 읽으며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낮에는 판사 일에 충실했고 집필은 주로 주말에 했다. 골프 안 치고 술 덜 마시고 TV를 안 보니 시간이 되더라”고 집필 과정을 소개했다.
도 판사는 “출판사 사장님도 처음에는 ‘판사가 썼다니 아마 절대 출간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밤새 읽고서 출간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작가가 판사라는 사실이 독자들에게 공개되는 걸 반기지 않았다.
그는 판사와 작가를 겸업하는 것에 대해 “어쩌면 판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작가는 상상력이 가장 풍부하기 때문에 정반대”라며 “문체도 가급적 딱딱한 판결문체를 피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상 추리소설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데 판사로서의 법률 지식이 일부 도움은 됐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트릭이 살아있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 넘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 최근 일본 추리소설이 붐인데 추리소설의 한류(韓流)를 일본에서 일으켜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