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카데미委, “기후 게이트 물의 IPCC 대수술 시급”
입력 2010-08-31 19:12
2007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1988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아카데미위원회는 30일 ‘기후 게이트’ 논란을 낳았던 IPCC 보고서 오류 파문에 대한 지난 5개월여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PCC 지도 체제 및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과 수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라젠드라 파차우리(인도 출신) IPCC 의장에 대한 사임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위원회는 개혁을 위해 이익충돌금지 원칙의 강화, IPCC 조사 자료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 적용 등을 제안했다. IPCC 고위직에 대해선 이해관계 개입 차단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외부와의 금융거래 내역 공개도 주장했다. 의장직은 6년 단임제를 권고했다. 파차우리 현 의장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IPCC의 기후변화 ‘위험’ 과장보고가 거액의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만큼 압박성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IPCC 보고서의 신뢰도와 관련해선 전반적으로 훌륭했지만 일부 진행 과정에서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프린스턴 대학의 하워드 샤피로 교수는 히말라야 빙하의 소멸시기 오류와 관련, “사례의 엄밀성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신감은 높지만 증거는 불충분한 보고서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파차우리 의장은 재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2013∼2004년 예정된 차기 보고서를 완수하기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 내가 빠져서는 안 되는 임무”라고 말했다. 파차우리 의장은 2002년부터 IPCC를 이끌고 있으며, 2008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IPCC의 ‘히말라야 빙하 2035년 소멸’ 예측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폭로됐고, IPCC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확대되자 유엔은 이 협의체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난 3월 국제아카데미위원회에 용역을 맡겼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