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이후 주목받는 노동당 대표자회… 김정은, 조직비서 등 요직 맡을 듯
입력 2010-08-31 22:0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통해 권력승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냄에 따라 이달 초 44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당대표자회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후계자인 3남 김정은(28)의 부상과 지도부 세대교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측근 전진 배치, 새로운 경제정책 발표 등이 예상된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북 과정에서 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창춘(長春)시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조 친선을 시대와 더불어 전진시키고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만찬 연설에서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했다.
두 발언은 당대표자회를 통한 정은의 후계구도 공식화와 조직 개편 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당 조직비서나 군사부장 등 요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조직비서는 당원의 인사·조직·생활 문제를 관리하는 자리로 김 위원장은 1973년 이후 지금까지 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도 조직비서 등 요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장 부위원장이 어떤 자리를 맡든 향후 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춘 오극렬 최영림 등 원로그룹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해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할 수도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현재 김 위원장뿐이다.
김정은이 20대인 것을 고려하면 그를 보좌할 젊은 측근그룹이 대거 주요 보직에 진출하는 일종의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나진·선봉 공동 개발과 같은 북·중 경협이 당대표자회에서 새로운 핵심 경제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만찬연회에서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변혁들은 중국 공산당의 노선과 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이 현실에서 실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동북 3성을 돌아본 뒤 개혁개방에 모종의 결심을 내렸을 가능성을 내포한 대목이다.
북한이 당대표자회에서 선군정치와 강성대국 가운데 어느 목표에 무게를 둘지도 관심거리다. 선군정치를 내세운다면 추가 핵실험과 같은 북·미 대결구도를, 강성대국을 앞세운다면 경제협력 등을 통한 6자회담국과의 대화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