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조준… 마약·위폐 등 ‘은밀한 돈줄’ 봉쇄
입력 2010-08-31 22:17
미국의 새로운 대북 행정명령은 사실상 북한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행정명령에 따라 새로 지정된 제재대상은 통치자금 및 대남 도발과 관련된 핵심부서와 개인이다. 통치자금 조성과 관련된 노동당 39호실을 겨냥했고, 대남 도발의 핵심부서인 정찰총국을 포함시켰다. 두 기관은 당과 군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보좌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구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을 타깃으로 삼는 효과가 있다.
◇제재 의미와 타깃은=기존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활동(행정명령 13382호)에 이어 마약과 가짜담배 거래, 슈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 등 불법 경제활동을 독자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제도화했다. 제재대상을 북한 지도부의 돈줄과 관련된 은밀한 부분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1718, 1874호 등으로 북한을 제재할 수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행정부가 강력히 집행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그동안 구멍이 뚫려 있던 대북제재 조치들을 보완, 북한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게끔 튼튼한 제재 그물망을 펼쳐 놓은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조정관은 “북한은 WMD와 불법 경제활동을 통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여 핵 개발과 사치품 조달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행정명령의 목적을 설명한 것이다. 통치자금으로 조달하는 사치품 등은 당과 군부 핵심들에 대한 통치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중앙정보국(CIA)은 불법 활동에 의한 수입이 연간 10억 달러(2005년 기준)나 되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단은 금융을 포함한 각종 거래에 대한 제재이다. 재무부가 추가 지정한 제재기관과 개인은 미국의 어떤 단체나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 사실상 전 세계 금융기관과 거래가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제재에 대한 내성을 키워온 북한이 쉽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북한 대응 따라 강도조절=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담당 차관과 아인혼 조정관은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조치는 불법적 활동과 은행을 속이면서 움직이는 자금들, 밀수행위 등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이 계속 도전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제재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비 차관도 “수주, 수개월 안에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향후 대응 태도에 따라 제재 강도와 폭이 조절될 것임을 피력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이 단순히 (북핵 6자)회담 테이블에 복귀한다고 제재를 약하게 하거나 없애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 약속 이행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등 분명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진정한 변화 없이는 미국의 대북제재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중국과도 제재 문제를 계속 다뤄 나갈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통한 압박과 설득 과정이 진행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