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출입 묵인 가요 프로들, 허술한 방청객 관리
입력 2010-08-31 17:45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방청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가수들의 춤과 의상에 선정성이 짙어지면서 지상파 방송 3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방청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실상 어린이들의 방청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방송 3사에 따르면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은 만 15세 이상부터 방청이 가능하다.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수들의 의상이 노출이 심하고, 안무가 선정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등급 조정을 권고한 후 세 프로그램은 시청등급을 기존 12세에서 15세로 올렸다.
하지만 현장에서 방청 등급은 무용지물이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현관에는 ‘뮤직뱅크’를 보러 온 청소년과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그들 중에는 15세 미만 청소년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A양(13)은 “친언니 주민등록증을 빌려 왔다. 얼굴 대조는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번에도 이렇게 입장했다”고 말했다.
가요 프로그램의 방청석을 얻기 위해서는 인터넷 추첨에 당첨돼야 한다. 경비요원은 당첨자 명단에 적힌 주민등록번호와 신분증을 비교하고 방청객을 들여보낸다. 수백 명의 방청객을 단시간 안에 들여보내야 하기 때문에 신분증 소지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겨를이 없다고 경비원들은 호소한다.
SBS ‘인기가요’는 본 방송 전에 하는 리허설 방송의 경우 아예 신분증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는 ‘인기가요’ 리허설을 보러온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경비요원은 “리허설은 방송국 관계자들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아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방청이 가능한 나이의 가족으로부터 표를 받아 대신 입장하는 경우도 있다. ‘인기가요’의 인터넷 당첨자는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후 표 2장을 받는다. 그러나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는 표만 받고 신분 확인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편법 입장이 가능하다. 30∼40명 규모의 팬클럽 단체 방청객은 따로 신분 검사를 하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가요 프로그램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방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방송사들이 방청객 관리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