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도루왕 경쟁, “훔쳐야 왕이다”
입력 2010-09-01 00:38
프로야구에서 타자 타이틀 시상을 하는 8개 부문은 대부분 롯데 이대호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대호가 유일하게 순위에 없는 도루 부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전반기에는 LG 이대형이 여유있게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어느새 롯데 김주찬에게 따라잡혀 접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재 이대형과 김주찬은 도루 49개로 동률 1등을 달리고 있다. 도루 부문은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최근 3년 연속 50도루에 3년 연속 도루왕이었던 ‘슈퍼소닉’ 이대형의 독주가 이어졌다. 남은 것은 이대형이 정수근(전 롯데)이 가지고 있던 4년 연속(1998∼2001년) 도루왕과 타이를 이루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이종욱(두산), 정근우(SK)도 아닌 김주찬이 소리없이 야금야금 격차를 줄이다 28일 사직 SK-롯데전에서 도루 2개를 추가해 접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같은 접전은 이대형의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루에 살아나가야 도루도 따라오는 법. 이대형은 7·8월 2할대의 타율에 각각 9개씩 도루를 추가했다. 하지만 8월 한달간 타율 0.082라는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며 도루를 5개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반면 6월에 도루를 4개 밖에 추가하지 못했던 김주찬은 좋아진 타격감을 바탕으로 7·8월 각각 12개씩 베이스를 훔쳤다. 이대형은 여전히 타격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벤치 신세를 질 때가 많아지고 있다. 31일에도 이대형은 팀이 넥센에 6대 5로 승리한 가운데 5회말 대주자로 나와 7일만에 49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며 김주찬과 타이를 이뤘다. 결국 김주찬이라는 새로운 ‘대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격 8개 부문에서 도루를 제외한 7개 부문에서도 이대호의 7관왕 달성에 제동이 걸렸다. 주인공은 삼성 박석민. 박석민은 7∼8월 0.352의 맹타를 휘두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더니 결국 이대호를 제치고 출루율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이대호는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의 부상, 부진 등으로 투수들의 견제가 집중돼 지난주 타율이 0.167에 불과했다.
31일 현재 박석민(0.439)은 이대호(0.438)에 불과 1리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김주찬과 박석민의 활약 여부에 따라 사상 최초 단일구단 타격 부문 싹쓸이라는 대기록의 달성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