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金, 후계구도 겨냥 적극발언에 胡주석 동조 반응

입력 2010-08-31 00:42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후계구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북한 중앙통신 등 양국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후계구도를 겨냥해 적극적인 발언에 나섰고, 후 주석도 이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6자회담 재개와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표시했다.

◇후계구도 겨냥한 유대강화=김 위원장은 3남 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겨냥한 유대강화를 유달리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창춘(長春) 난후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중 친선은 역사의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친선으로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중 친선 협조관계를 더욱 강화, 발전시키는 데 대한 조선 당과 정부의 변함없는 의지와 결심을 다시금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후 환영연회에서도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후 주석도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두 당, 두 나라 인민들의 고귀한 재산”이라며 “시대와 더불어 전진시키고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화답했다. 후 주석은 “중국 측은 전통적인 중·조 친선 관계에 새로운 생기와 활력을 주입하고, 선린우호 협조관계를 더욱 깊이 발전시켜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큰 행복을 마련하고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안정 및 번영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후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후계 구도에 대해 사실상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정서 우려=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6자회담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후 주석은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사건 의장성명 이후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정세가 표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후 주석은 “이 같은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유관 각측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후진타오의 개혁개방 훈수=후 주석은 개혁개방 30년의 경험과 성과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후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과 민생개선 및 보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30여년간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발전은 자력갱생도 중요하지만 대외협력과 분리될 수는 없다”면서 “이는 시대조류에 순응하는 것이자 국가발전을 가속화하는 필수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북한의 민생 개선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지방과 서부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발전략에 공감을 표시하며 동북3성을 중심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