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김정일 “조속한 재개” 강조…관련국 치열한 기싸움 예상

입력 2010-08-31 00:42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관련국들 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언급은 6자회담과 관련된 과거 입장에서 다소 진전됐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 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5월에 비해 더 의욕을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띄우려는 중국의 행보는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한국, 일본, 미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을 차례로 순방하고 있다. 우 대표는 북·미 대화, 예비회담을 거쳐 본회담을 열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집중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분위기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적절한 입장표명과 함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5일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북·중 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이 밝힌 6자회담 언급이 과거에 비해 진전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최근 천안함 사태 해결을 6자회담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으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등 다소 유연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관건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제재의 수위다. 북한 지도부의 통치자금을 정조준하는 만큼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다음 달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유엔총회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유엔총회 기간에 6자회담 파트너 국가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갖고 북한과 추가적인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3단계 대화 재개에서 방안 가운데 북·미 대화와 6자 예비회담의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이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