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수석부총재 지낸 앤 크루거 “한국 경제 기적 낳은 요인은 시장·정부 혜안, 그리고 행운”
입력 2010-08-30 21:34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30일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정책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크루거 교수는 한국이 IMF 구제금융체제를 졸업하던 2001년 IMF 수석부총재를 맡았던 인물이다.
크루거 교수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60년사’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경우 그동안 숱한 위기를 넘겨 왔는데 1997년만큼은 예외”라며 “위기를 막기 위해 조기에 충분한 금융부문 자유화를 단행하지 못한 게 실패요인”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성장세를 설명해 줄 수 있는 3가지 요인으로 “기적을 가능케 한 시장, 수출주도형 기업을 골라 길러낸 정부의 혜안, 그리고 행운”을 꼽았다. 그는 “1974년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일본 경제를 언젠가는 따라잡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정말로 이 정도까지 추격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후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앞으로 서비스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의 제도도 경제 수준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어드레치 미 인디애나대 교수는 “한국의 높은 기술 및 교육 수준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과제에 대한 신랄한 지적도 이어졌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경제 성공을 위한 지도자들의 헌신적 노력, 실용주의, 중화학공업 위주의 정책 등이 한국 경제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한국 사회는 노령화에 대비한 시스템 혁신, 노동수요 다변화에 대비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프 뉴젠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은 내수 시장에서 경쟁을 적극 장려하고 소비자 복지,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보상, 대외경제 관계의 다변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찬 연설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시경제의 안정성 유지를 강조했다. 윤 장관은 “거시 정책은 민간 부문의 자생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경제성장세가 장기간 지속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겸 한국경제 60년사 편찬위원장이 준비 중인 ‘한국경제 60년사’는 다음 달 16일 총 5권으로 발간된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