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효과, 강풍이냐 미풍이냐… 추가 양적 완화조치 발언 이후 세계 증시 상승세

입력 2010-08-30 21:33


글로벌 경기에 ‘버냉키 효과’가 지속될까, 아니면 단기에 그칠까.

지난 27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 발언 후 ‘버냉키 효과’가 위력을 발휘했다. 30일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가 해소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양적완화 조치가 당장 이뤄지는 게 아닌 데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어서 ‘미풍’에 그칠 거란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이번 주에 예정된 미국의 제조업·고용지표 예상치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 버냉키 효과는 조만간 소멸될 거란 지적이다.

◇코스피지수 30p 급등=이날 코스피지수는 30.57포인트(1.77%) 오른 1760.13에 장을 마쳤다. 지수가 30포인트 이상 반등한 것은 지난 6월 3일 이후 거의 3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 1760선을 회복하기도 7거래일 만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1.76%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1%, 대만 가권지수는 0.24% 상승했다.

버냉키의 말 한마디에 아시아 주요 증시가 대거 오름세로 전환하며 시장은 경기 완화 기대감을 높인 모습이다. 특히 최근 우려감이 컸던 더블딥 가능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징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미 경제가 현재 더블딥에 빠져 추가 조치를 쓴다는 게 아니라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미 경제가 더블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도 “미 주택경기가 저점을 찍은 점과 실물경기와 달리 은행의 신용대출 등 금융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점, 주간 근로시간 증가와 임금소득 증가에 힘입어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점 등을 볼 때 미국 경제의 둔화세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는 더블딥 우려를 해소하면서 다음 달 중 1800선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효과는 없다’=그러나 미 경기의 핵심인 제조업과 고용지표가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증시 반등은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음 달 1일 발표될 8월 ISM제조업지수 예상치는 52.8로 전월 대비 2.7포인트 떨어졌다. 3일 발표될 8월 실업률 전망치도 9.6%로 전월(9.5%)과 다를 바 없다. 미 상무부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1.6%)도 한 달 전 내놓은 속보치(2.4%)에 한참 못 미친다.

여기에 버냉키 의장이 말한 국채 추가 매입과 연준 성명서에 ‘저금리 유지’와 같은 표현을 못 박는 등의 양적완화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저금리 통화정책 등 경기부양수단 카드를 다 쓴 상황에서 추가 조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시중에 계속해 유동성을 풀겠다는 것인데, 공장이 안 돌고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 가계는 현재 소비는커녕 부채를 갚느라 급급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향방을 가를 변수로 중국 경기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전망치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지표가 중요해졌다”면서 “다행히 1일 발표 예정인 중국의 8월 제조업PMI지수 예상치가 51.5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해 더블딥 리스크를 다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