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낙마 이후] 한나라 연찬회 끓어오른 인사책임론… 靑 꾸짖고 정부 군기잡고

입력 2010-08-30 21:51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린 30일 충남 천안의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3명의 ‘8·8 개각’ 내정자 낙마 사태를 놓고 청와대 책임론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인사 라인 문책 목소리 ‘봇물’=홍준표 최고위원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잘못됐고, 인선도 너무 안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잘못한 게 있어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기강이 안 선다”며 청와대 인사 라인에 대한 신상필벌을 강하게 주문했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은 “청문 과정에서 제시된 의혹들을 인사 검증팀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존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한 의원은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단지 검증 차원이 아니라 추천 자체도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개혁성향 소장파 김성식 의원은 “검증 라인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민심은 더 큰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내일(31일) 얘기를 하겠다는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1일 예정된 자유토론에서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청문회 파동에 대한 문제점을 거세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청와대를 겨냥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장파인 권영진 의원은 “청와대에서 신속히 처리한 만큼 당이 인사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는 지났다”고 선을 그었고, 친이계 김영우 의원도 “총리까지 사퇴했는데 굳이 청와대를 비판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당·청 소통을 통한 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에선 의견이 일치했다. 안상수 대표는 “9월 초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 회동에서 당·청 소통 강화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도 “이번 낙마 사태는 당·청 관계가 정상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당이 우위에 서게 돼 있다. 민심을 읽는 데는 당이 청와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후 연찬회장에 와 지도부를 만나 ‘당심(黨心)’을 듣기도 했다.

◇정부 군기 잡기 나선 한나라당=김 원내대표는 당정협의에 앞서 “모든 장관이 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누가 참석하지 않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런 당의 엄포 때문인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새롭게 입각한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5개 부처 외에 모두 장관이 참석했고, 5개 부처는 차관이 당정협의에 임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몇몇 상임위에서는 당·정 조율 미비 등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2011년도 예산안 및 세제 개편’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당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윤 장관이 예산 편성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정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밝히기 곤란하다”고 하자, 주성영 의원이 “정말 실망했다”며 발끈했다. 주 의원은 윤 장관의 강연 태도를 문제 삼으며 “혼자 중얼중얼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어디 가서 그런 식으로 보고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다. 정희수 의원은 “엉뚱하게 친서민에 반대되는 쪽으로 세제 개편 방향이 잡혔다”고 비판했고, 권영진 의원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하면서 저소득층 성적우수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예산편성이 안돼 한 푼도 못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연찬회에서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법안 및 안건 161건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통일세’ 문제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과 북한인권법 제정안 등이 포함됐고, 집시법 개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지목됐다. LH공사 문제 및 4대강 사업과 연관된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과 친수구역활용특별법·하천법 개정안은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