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너마저… 금융가 ‘부실채권’ 경보

입력 2010-08-30 21:25


시중은행의 자금 흐름에 잇따라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에 이어 중소기업의 부실채권비율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은행권 부실채권 수위가 위험수준이라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 부실률 상승이 불가피하고 은행의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쌓아두는 돈)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부실채권비율은 3.04%로 3월 말(2.19%)보다 0.85% 포인트 증가했다. 2003년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이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부실채권 규모도 2008년 9월 6조7000억원에서 지난 6월 15조8000억원으로 2년여 사이 무려 9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은행권 부동산PF 부실대출(3조6000억원)의 4배, 국내 은행 전체 부실채권 규모(25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은행별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0.68%에 불과했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2분기 1.11%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대출액만 7608억원. 연체율은 농협이 1.51%(연체액 8300억원)로 가장 높았고 외환은행 1.32%(2890억원), 하나은행 1.13%(4044억원), 기업은행 1.08%(1조415억원), 우리은행 1.03%(6217억원), 신한은행 0.81%(4651억원) 등 순이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이 ‘악성 재고’로 둔갑한 것은 금융위기 전후로 정부가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한계기업들까지 덩달아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했던 시중은행들이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또 부동산 경기 하락도 중소 건설사들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경보음을 내고 있다. 최영일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주간 신용 전망’ 보고서에서 “6월 말 현재 한국 시중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1.94%로 200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전체 은행 부동산PF 대출의 60%를 차지하는 국민은행, 농협, 우리은행, 수협이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앞선 2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국내 은행들은 부실채권 분류 및 충당금 적립 기준을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여기에 하반기 출구전략 시행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512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도 오는 10월까지 채권액 5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으로 당분간 중소기업의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부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