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동북3성-나진·선봉 잇는 北-中 경협벨트 가시화

입력 2010-08-31 00:3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동북 3성과 북한의 나선(나진·선봉)을 잇는 북·중 경제협력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북한 경제정책 노선의 대대적인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권력승계를 준비 중인 ‘김정은식 강성대국’의 핵심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창춘(長春)시 난후 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다음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 연설에서 동북3성의 발전을 치하한 뒤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중국(동북 3성)에서 모든 일이 잘되는 것은 우리 인민의 투쟁에 힘 있는 고무와 커다란 격려가 된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전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동북3성과 관련한 경제협력에 북한과 중국 양쪽이 모종의 협의를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줄곧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선언해 왔다. 그러나 경제는 갈수록 몰락했고, 다음달 초 44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3남 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것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대표자회에서 정은의 후계를 공식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경제 부흥 정책으로 북·중 경제 협력을 통한 나진·선봉 개발을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남북 경협과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발전으로 강성대국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었다”며 “그러나 북·중 경협으로 목표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개발 중심축이 북·중 경협으로 바뀐다면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후계자인 정은의 치적으로 포장될 전망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 나진·선봉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경제개발 및 대외 개방의 창구로 활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 등 대남 경협에 무게를 뒀으나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중국의 동북 3성과 연계한 나진·선봉 개발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다.

나진·선봉 개발은 중국 지도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도 일치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12년 국가 권력을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넘길 예정으로 그가 추진 중인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의 성공에는 나진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북·중 경협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는 심화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개성공단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