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마지막날도 김일성 유적지… 철저한 ‘세습 행보’

입력 2010-08-30 21:3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마지막 날 귀국길에서까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적지를 찾았다. 이번 방중의 성격은 철저히 권력승계를 앞둔 ‘성지순례’라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예상 밖의 행보가 이어졌다.

◇성지순례에 맞춰진 방중 일정=김 위원장은 방중 닷새째인 30일 오전 8시10분쯤 전용 특별열차 편으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을 출발,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주요 귀국 길목에 특별열차가 나타나지 않는 등 한동안 김 위원장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뒤늦게 김 위원장 일행은 무단장(牧丹江)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장은 동북항일연군(聯軍)이 1930년대 활동했던 주무대다. 김일성은 일제 강점기에 휘하 공산주의자들을 이끌고 중국과 연합해 동북항일연군을 만들어 만주지역에서 항일무장투쟁 활동을 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무단장 역 부근 베이산 공원에 들러 항일기념탑에 참배하고, 기념관을 둘러본 뒤 이날 오후 2시30분쯤 다시 특별열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도착에 앞서 무단장역 주변은 오전 11시쯤부터 경찰 통제가 시작됐다. 오후 1시30분쯤엔 무단장에서 베이산공원 구간 도로의 접근이 완전 차단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밤에도 옌볜조선족자치주를 통해 귀국길에 오를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하얼빈에 도착, 김일성 항일 유적지 등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하얼빈에서 동북항일연군의 기념관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창춘(長春)에서 있었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제외하면 방중 일정 전체가 성지순례에 맞춰진 셈이다. 그는 방중 첫날인 26일에도 지린(吉林)에서 김일성 주석의 모교인 위원(毓文)중학교와 항일유적지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무단장 일정을 끝낸 뒤 왕칭(汪淸)-투먼(圖們)을 거쳐 밤늦게야 북한 남양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북한 접경지역인 투먼 일대 도로는 하루 종일 교통 통제가 이뤄졌고 무장경찰이 배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됐다.

◇창·지·투 방문은 중국의 권유=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 지역은 중국 측도 희망한 곳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성지순례 형식의 일정을 소화했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중 경협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에는 중국 측이 북한에 보여주고 싶은 곳이 주로 포함됐다”면서 “동북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 대외개방을 겨냥한 선점효과와 동해를 통한 물류통로 확보를 위해 동북지역 개발에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가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 간 ‘창·지·투 선도구’ 개발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를 겨냥한 것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