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 스티븐 김 美 당국, 간첩죄 기소

입력 2010-08-30 21:37

미국 법무부가 국무부 전직 관료인 한국계 핵 정보 전문가 스티븐 김(43·한국명 김진우)을 간첩죄로 전격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핵 활동 관련 정보 유출 혐의다. 위키리크스 사건 등으로 정보 유출에 민감해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경고성으로 지나친 처벌 조항을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美, “1급 정보 유출”=미 법무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티븐 김이 지난해 6월 국무부에 근무할 당시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 관련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렸다”고 밝히며 기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제임스 로젠 폭스뉴스 기자는 지난해 6월 11일자 기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특종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중앙정보국(CIA) 조직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라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5월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1874호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바로 전날이었다.

법무부는 “스티븐 김이 외부로 유출한 정보는 특정 국가의 군사력과 미국의 정보원, 정보수집 방법 등이 포함된 1급기밀”이라고 밝혔다. 이 정보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보된 최고 기밀 사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스티븐 김은 지난해 9월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해당 기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크리스 법무부 차관보는 성명에서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건 심각한 범죄”라며 “오늘 기소는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자료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김, “언론과 정상적 대화”=스티븐 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해당 기자와 친구 사이로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보를 준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국무부 사무실에서 정보 관련 서류 출력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스티븐 김의 변호인인 아베 로웰은 사실상 사문화됐던 간첩죄를 적용한 건 공안정국 조성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1917년 제정돼 냉전시절 미국 내 사회주의자 처벌에 이용됐던 간첩죄는 무리한 법 적용 논란으로 그동안 적용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최근 적발된 10여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에게도 간첩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스티븐 김은 오는 10월 13일 법정에 다시 출석하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스티븐 김이 적극 대응에 나서 북한 정보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티븐 김은 9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대와 하버드대 석사, 예일대 박사과정을 마친 뒤 2000년 미 최대 핵 연구소인 로렌스리버모어 연구소에서 일했다. 이후 북한 핵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국무부와 국방부에 파견 근무를 했다. 특히 사건 발생 전후인 2008년부터 2009년 9월까지 미 국무부에서 계약직으로 핵 확산정책분석관으로 일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