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낙마 이후] ‘조현오 경찰號’ 순항할 수 있을까

입력 2010-08-30 21:48


취임식서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 소회 밝혀

조현오 경찰청장은 30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돌아 여러분 앞에 섰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심려를 끼쳐드렸다. 모든 허물은 나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앞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과 동료 여러분의 뜻을 받드는 경찰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치안행정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경찰청은 법령·제도 정비, 처우개선, 미래 준비에 주력하고 집행 업무는 지방청과 경찰서에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양천경찰서의 고문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은 인권의 1차적 보루가 돼야 한다. 제2, 제3의 양천서 사건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조 청장은 과잉수사와 무분별한 검문검색, 과도한 물리력 동원이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의 치안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일선 지휘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하다”며 “치안 수요의 양과 질, 치안 현장의 실태를 자세히 분석해 비효율과 낭비를 털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청장이 야권의 사퇴 압력 속에 취임함으로써 그가 경찰청장으로서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강북경찰서장 항명 파동’의 원인이 된 ‘조현오식 성과주의’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해 나갈지 주목된다. 조 청장은 취임사에서 “성과주의를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승화·발전시켜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에게는 경찰대와 비경찰대로 나뉜 경찰 내 고질적인 조직 갈등과 청문회 과정에서 “궁중 암투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흐트러졌던 경찰 내부 분위기를 추슬러야 하는 과제도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경비·경호 업무도 중요한 과제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따른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조 청장이 또다시 홍역을 치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