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낙마 이후] 대법관 공석사태 되풀이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본다
입력 2010-08-30 18:32
대법관 공석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4일 퇴임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후임인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신임 국무총리·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권 대치로 당초 24일에서 27일, 다시 다음달 1일로 밀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업무과중으로 선고가 지연되는 대법원에 대법관 공백까지 겹쳐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가 지연되면서 30일 현재 대법관 1석이 7일째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다. 대법관 수는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총 14명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퇴임 대법관 자리를 후임 대법관이 곧장 채우지 못했던 경우는 과거에도 8차례나 있었다. 그중 5차례는 2일 이상 공석이 생겼다. 최장 공백 기간은 41일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8년 7월 29일 김황식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퇴임했는데 후임인 양창수 대법관은 그해 9월 8일 임명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되풀이되는 대법관 공백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후임 대법관 임명을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황식 대법관 자리를 양창수 대법관이 채우는 데 40일 이상 걸렸던 것은 당시 18대 총선 직후 원 구성을 놓고 83일간 대치했던 국회 파행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위장전입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던 사람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 논란을 자초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창수 대법관은 위장전입 사실과 논문 중복게재 의혹으로 민주당의 반발이 심했고, 김용담 대법관 퇴임 후 6일 만에 임명된 민일영 대법관이나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나 사과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유가 어쨌든 대법관 공석 사태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김영란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사건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다. 지난해 대법원은 총 3만2361건의 사건(민사조정 독촉 등 본안외사건 제외)을 처리했다. 법원행정처장과 전원합의체 판결만 하는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연간 약 2700건씩, 하루 7건 정도를 처리한 셈이다. 사건 심리가 하루라도 지연되면 그만큼 대법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재판 당사자들도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한 변호사는 “늦게 임명된 새 대법관이 임명된 후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판이 자꾸 늦어질수록 대법원까지 수년간 재판을 끌고 온 소송 당사자들의 고통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