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재민 위해 425억 모금 ‘국민 영웅’ 된 82세 에디

입력 2010-08-30 18:16

8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20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파키스탄에서 82세의 자선사업가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30일 전했다.

파키스탄 남부 상업도시 카라치의 빈민가에서 1950년대부터 진료 활동을 해온 압둘 사타르 에디가 주인공이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자선단체인 에디재단은 이번 홍수의 이재민 돕기 성금으로 3550만 달러(약 425억원)를 모금했다. 총리 주도 구호기금보다 2배가량 많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북부 페샤와르의 길바닥에 그가 쪼그리고 앉아 4시간 만에 모금한 금액만 1만5000달러에 이른다.

1주일간 지진 피해 지역을 돌아본 에디는 외신 기자들에게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구걸하는 거지”라며 “이것이 진정한 지하드(聖戰)”라고 말했다. 에디는 파키스탄 전국에서 250여개 복지센터를 운영 중이다. 카라치 센터에서는 하루 25명의 홍수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고, 120대의 구급차로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빈다.

에디재단은 강경파 이슬람단체들에 대한 대안 역할도 한다. 일부 테러단체는 구호활동에 참가해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조직 확대를 꾀하기도 한다. 에디도 무슬림이지만 구호활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철저히 경계한다. 그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가난한 사람을 돕기보다 종교의식과 투쟁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게 신앙의 초석”이라고 주장한다.

에디재단은 국제기구나 정부의 지원을 거부한다. 오로지 파키스탄 시민들의 도움만으로 재단을 꾸린다. 지난해 재단 기부금은 총 500만 달러. 대부분 해외 거주 파키스탄인들이 낸 돈이다. 기부자들은 에디를 믿고 있다.

에디의 거처는 카라치 복지센터 고아원 안의 조그만 방이다. 부인 빌키스와 함께 쓰는 나무 침대엔 두께 2.5㎝의 매트리스가 깔려 있을 뿐이다. 에디 부부는 약간의 저축에서 나오는 이자로 소박하게 생활한다. 지난해 포스코청암재단의 봉사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고, 노벨상 후보로도 6차례나 거론된 바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