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금연조례 실천하기에 달렸다

입력 2010-08-30 17:57


애연가인 보건복지부 장관 A씨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10∼20분 먼저 장관실을 나섰다. 특별한 복지부 현안이 없을 때는 10분쯤, 담뱃값 또는 의료보험수가 인상을 앞두고 물가 인상을 억제하려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담판을 지을 때는 20분쯤 전에 집무실을 나왔다. 그러고는 청사 안을 빙빙 도는 장관 전용차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보통 때는 한 개비, 격론이 예상되는 현안이 있을 때는 줄담배를 피웠단다.

일부 애연가 장관들은 일과 시간에 집무실에서 흡연을 했다지만 금연운동에 앞장서야 할 A장관은 집무실에서 담배를 피지는 않았다고 한다.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에 따른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드러내고 담배를 피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 땅 좁아지는 흡연자들

10여년 전만 해도 일반 흡연자들은 주변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고 담배를 즐겼다. 하지만 갈수록 흡연자들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실외에도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위반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현재 금연권장구역에 관한 조례를 운영하고 있는 86개 지자체(7개 광역자치단체, 79개 기초자치단체)에는 조례를 재정비하고, 나머지 지자체에는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공원·놀이터, 거리·광장, 학교정화구역, 버스·택시 정류장, 동물원·식물원, 도서관, 연구소, 연구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금연구역이 필요한 장소로 적시했다. 복지부 권고사항에는 거리·광장이라고 돼 있지만 보행 중 흡연과 재떨이가 없는 곳에서의 실외 흡연을 금지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설문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린이보호구역(94.3%) 버스정류장(83.8%) 공원·놀이터(83.7%) 관광지(79.9%) 횡단보도(73.9%) 길거리(67.9%) 주거지역(65.5%)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복지부가 배포한 ‘지자체 금연조례 제정을 위한 권고기준’이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단속 인력 부족, 단속의 어려움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례 제·개정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지자체는 흡연자의 담배 피울 권리보다 비흡연자의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간접흡연은 폐암, 심장질환, 천식, 소년기 호흡기질환, 영아돌연사증후군, 폐기능 감소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치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모든 실내장소에선 금연을

금연운동에 성공한 외국 사례를 보자. 영국은 2007년 7월부터 모든 실내장소와 공공·영업용 자동차 실내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사람뿐 아니라 흡연을 제재하지 못한 금연구역의 책임자나 소유주, 공공·영업용 자동차 운전자 또는 소유주에게도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 범칙금은 납부시기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금연구역법 시행 후 실내금연구역과 자동차의 98.2%가 법을 지켰고, 금연 성공률도 2006년에 비해 2007년 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건물 입구, 출구, 창문, 환기구로부터 담배 연기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흡연금지구역으로부터 약 4.5m 이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미국 최대 담배 산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올해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에서 금연을 강제하고 있다.

비흡연자를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보건 과제임에 틀림없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줄이고,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는 복지부 금연정책은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자체도 복지부 정책에 따르는 것이 맞다.

염성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