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도서전’서 만난 헤르만 스프라우트 국제출판협회장 “中 저작권 시장 역할 강화 계기 될 것”

입력 2010-08-30 17:54


‘2010 베이징국제도서전’이 중국 베이징 도심의 윈난 따샤 구역에 위치한 국제전람센터에서 30일 개막했다. 중국도서진출구집단총공사가 주최하는 이번 도서전은 인도를 주빈국으로 다음달 3일까지 열리며, 56개국 1762개 출판사가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날 개막식 직후 한국관을 찾은 국제출판협회(IPA) 헤르만 스프라우트(61·사진) 회장을 대한출판문화협회 전시부스에서 만났다.

네덜란드 출신의 스프라우트 회장은 국제출판의 흐름 속에서 중국 출판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로 17회를 맞고 있는 베이징국제도서전은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4대 도서전 중의 하나인 이번 도서전을 통해 중국은 저작권 거래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점차 강화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출판 현황은 2009년도 기준으로 일반 출판사 580개, 음반출판 378개사, 인터넷출판 195개사다. 서구와는 숫자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출판업체가 국유와 민영을 합작한 거대 법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출판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456억 위안으로 미국(약 270억 달러)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특히 지난해 총 매출액은 2008년도 대비 50.6%나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프라우트 회장은 중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2008 서울국제도서전과 이번 베이징국제도서전을 비교하는 일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서울 도서전이 해외관을 전시장 입구에 상설 배치한데 비해 베이징 도서전은 국내관을 전면에 배치해 다소 수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이 해외출판물을 먼저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마케팅 전략이었다면 중국은 국내 출판물을 먼저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지요. 도서전 관람은 그 자체로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세계와의 접촉이 그 핵심이지요.”

어린이들이 스스로 카트를 밀면서 전시장을 누비던 서울국제도서전의 인상이 깊게 남아 있다는 그는 중국 출판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간접화법으로 답했다.

“지금은 중국 자체가 개방 단계에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모든 분야에서의 잠재력이 내재되어 있지요. 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중국의 출판인들을 폭넓게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그들 대부분은 정부기관이나 국영 출판의 대표이기 때문에 대화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건 아주 미묘한 문제지요. 중국이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세계 전체 출판계의 일부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중국이 이런 문제를 넘어서서 보다 긍정적인 출판 환경을 조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요.”

“출판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일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 그는 딱 2분만 할애하겠다는 인터뷰 시간을 넘겨 10분 정도 한국관에 머물렀으며 부스 바깥에서 그를 알아보는 다른 참가국 관계자들의 인파에 둘러싸인 채 자리를 떴다.

베이징=글·사진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